[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조선업계에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망령이 유독 조선업계에 두드러진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에서 1주일 사이에 중대재해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다. 심지어 고용당국의 안전점검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조선업계 안전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고용노동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등에 따르면 이달 21일 오전 4시 8분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선행도장부에서 야간 작업에 투입된 근로자 A(50)씨가 대형 문에 끼여 숨졌다. 당시 A씨는 각종 구조물이 오가는 대형 문 근처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해당 구역의 작업을 중단했다. 경찰과 고용당국은 현장에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중대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5일 전인 16일에도 특수선 수중함 생산부에서 작업자 B(45)씨가 유압 작동문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위독한 상태다.
당초 노조는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울산 특수선 본관 앞에서 특수선 재해규탄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수선 수중함생산부뿐 아니라 선행도장부에서도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조 측은 투쟁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동안 조선업계에 지적돼 온 위험의 외주화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22일에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에서 ‘트러스(LNG선박 액체화물 적재함 공정의 발판 구조물’ 설치 작업 중 하청노동자 C씨(62)가 15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에도 지난해 9월 하청업체 노동자 D씨(35)가 코밍블록 운송 작업 중 블록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600톤 골리앗 크레인으로 블록을 이송차량에 안착 시킨 후 크레인을 철수하기 위해 블록에 체결했던 크레인 와이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조선업종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11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하청노동자가 84.4%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사망한 노동자 8명 전원이 하청업체 소속이다.
조선소는 작업장 특성상 위험요소가 많다 보니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제조업 가운데 조선업 재해율은 1.09로 건축업(1.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조선업계 재해율은 2016년 0.83%에 이어 2017년 0.98% 등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지난 2018년 12월 고 김용균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법의 적용범위가 좁아 여전히 산업재해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처벌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 도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국내 조선업은 오랜 전통 강호였던 일본을 꺾고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대표 기간산업 중 하나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계속될 경우 모든 것이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산재 예방을 위한 제도를 다시 살펴야 한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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