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4명의 여자배우들이 단전부터 끌어올린 모든 에너지와 마음을 담아서 무대를 꽉 채우고자 하는 작품은 ‘리지’가 유일하죠.”
김려원은 뮤지컬 ‘리지’의 매력을 한마디로 이같이 정리했다. 나하나는 “현실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지만 극이라는 허락된 공간 안에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통쾌함을 간접체험하고 갈 수 있다”며 “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필요한 것 같다”고 보탰다.
보든 가의 둘째 딸 리지는 친부와 계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지만 전국적인 관심 속에 벌어진 치열한 재판 끝에 결국 무혐의로 풀려난다. 리지 보든(나하나·유리아)을 중심으로 그의 언니 엠마 보든(김려원·홍서영), 친구 앨리스 러셀(최수진·제이민), 가정부 브리짓 설리번(이영미·최현선)이 등장한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나하나와 김려원은 캐릭터를 위해 각각 보라색과 녹색으로 헤어블리치를 한 모습으로 자매 케미를 뽐냈다. 성격도 닮은 데다 얼핏 들으면 목소리도 비슷해 더욱 눈과 귀가 쏠렸다. ‘리지’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꾀한 두 배우의 연기 뒷얘기를 들어봤다.
- 평소 록음악에 관심이 있었나.
나하나 “정말 솔직히 나는 처음에 선택할 땐 음악보다 ‘리지’가 가진 드라마가 좋았다. 록을 몰랐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많이 알아가고 있다. 매력이 있더라. 잘 안돼서 그렇지.(웃음)”
김려원 “나는 록을 모른다. 음악 플레이리스트에도 록은 없다. 이번에 많이 배웠다. 모르던 장르여서 공부를 많이 하고 듣기도 많이 들었다. 록 발성이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하나 “유리아 언니랑 영미 언니가 연습실에서 노래하는 거 보면서 록의 매력을 느꼈다. 엄청 통쾌하더라. 록을 라이브로 들을 기회가 별로 없지 않나. 라이브로 들으니까 알게 된 거다. 그래서 지금 많이 연구하고 있다.”
김려원 “다 너무 잘한다. 배울 점이 많다.”
나하나 “려원이 언니도 진짜 잘한다. 언니는 이제 로커가 됐다. 그 단계에 딱 왔다.”
- 톤이 좋더라.
나하나 “녹음한 거 들어보니까 언니 톤이 엄청 굵어졌다.”
김려원 “내가 찾아보니까 흉성을 많이 쓰라고 해서 그렇게 하긴 하는데 자꾸 올라간다.(웃음)”
나하나·김려원 “진짜 좋았다.”
나하나 “시끄러웠다. 우리가 수다를 떨고 있으면 연출님이 ‘얘들아, 이제 연습하자’라고 하시는데 연출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다.”
김려원 “나는 여중·여고를 나왔는데 딱 그 분위기였다. 우르르 와서 ‘와, 이게 뭐야? 너무 예쁘다’ 그러고.(웃음) 서로 예쁘다고 하는데 진짜 웃겼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사실 여자들만 모인다고 해서 좀 무서웠다. 예민할까봐. 근데 날 선 사람이 없었다.”
나하나 “나는 언니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려원이 언니랑 유리아 언니는 옷을 진짜 잘 입어서 늘 감탄했다. 워낙 몸도 예쁜데 만날 거의 다른 옷을 입고 오니까 언니들을 구경했다.”
- 작품에서 처음 만나는 배우도 있지 않나.
김려원 “나는 영미 언니 빼고 다 처음 만났다. 영미 언니도 내가 앙상블 거의 데뷔 때 ‘셜록홈즈2’에서 왓슨 역을 하셔서 한번 뵙고 이번이 두 번째다.”
나하나 “나는 오히려 많다. ‘도리안 그레이’에서 내가 앙상블과 시빌 베인 커버를 해서 서영이랑 같이 했다. ‘인 더 하이츠’에서 수진이 언니랑은 더블이었고 제이민 언니는 상대 역할이었다. 현선이 언니는 ‘테레즈 라캥’ 할 때 엄마였다. 영미 언니랑 려원이 언니, 유리아 언니만 안 해봤다. 더블로 만났던 사람들과 상대 역할을 하니까 그게 진짜 신기했다.”
김려원 “사실 그래서 더 떨리는 것 같다. 여자들끼리 나와서 파워가 약하단 얘긴 듣기 싫었다. 여자 4명이 무대를 꽉 채우는 느낌과 우리만의 멋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더 힘이 들어가고 떨린다. 우리 배우들이 진짜 잘한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서 내가 망가트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있다.”
나하나 “언니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언니들이랑 서영이 다 너무 자랑하고 싶다. 나도 연습하면서 ‘캐스팅 대박’이라며 깜짝깜짝 놀랐다. 제대로 귀호강을 했다.”
- 그 안에 본인도 들어가 있지 않나.
나하나 “그래서 정말 힘들었다. 나는 자존감이 엄청 낮은 편이어서 ‘그냥 내가 해만 되지 말자’ 이런 생각이었다. 언니들이랑 서영이 하는 걸 보는 게 제일 좋았다.”
나하나 “지금 떠오르는 건 우리가 연출님 화나게 한 거.(웃음) 연출님이 ‘이렇게 해보자’ 했는데 우리가 하다가 어색해서 웃은 거다. 그게 몇 번 반복되니까 연출님이 참다가 화를 내셨다. 그리고 ‘잠깐 바람 쐬고 올게’ 하고 나가셨는데 우린 무섭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니까 울었다. 려원이 언니가 엄청 많이 울었다.”
김려원 “정말 애들처럼 울었다. 그래서 연출님이 ‘왜 울어, 미안해’라고 하셨다. 남자 배우들이 있었으면 이해를 못하고 아마 그런 일도 없었을 거다.(웃음)”
나하나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연출님이 들어오셔서 ‘내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라고 하시고 연습을 시작했는데 우리가 또 운 거다. 연출님 없을 때 한번 울고 연출님 오시고 나서 또 울고.(웃음) 유리아 언니는 혼나고 나서 신 하다가 갑자기 엄청 울었다. 려원이 언니는 우리가 같이 연대하는 장면에서 ‘언젠가는 자유로울 거야’라는 가사를 하면서 갑자기 울컥 터졌는데 귀여웠다. 그 와중에 수진이 언니는 안 울었다.”
김려원 “수진이 언니는 약간 외에 있다. 늘 객관적이다. 한번은 현선이 언니가 재밌는 걸 해서 우리가 촬영하면서 깔깔거리고 웃었던 적이 있다. 며칠 후에 그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얘길 했는데 수진이 언니가 ‘뭐야, 난 몰라’라고 해서 다들 수진이 언니가 그 자리에 없었나보다 했다. 그런데 영상을 보니까 수진이 언니가 있는 거다. 저기서 자기 꺼 뭘 하고 있더라.(웃음) 언니는 항상 침착하다.”
- 단합도 잘 됐나보다.
김려원 “첫 공연 때 처음 느껴보는 울컥함이 있었다. 진짜 신기했다. 우리 모두가 ‘이걸 잘 해낼 거야’라는 같은 마음으로 전투적으로 으쌰으쌰 하는 게 너무 느껴져서 공연하는데 울컥 올라오더라. 근데 내 캐릭터가 그게 아니지 않나. ‘미치겠다, 참아야 되는데’ 이랬다.”
나하나 “여자들끼리 뭉쳐서 이 공연을 정말 잘해내고 싶다는 의지는 연습실에서부터 크게 느껴졌다. 보통 런 스루를 반복하면 풀로 하기가 어려운데 우리는 런을 돌 때 언니들이 다 풀로 하더라. 런 스루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또 해야 돼? 너무 힘들어요’ 하다가 막상 들어가면 완전 제대로 한다. ‘힘든 공연이니까 살살 하자’ 이렇게 해도 다 풀로 한다. 그런 게 같이 하는 배우로서 감사하고 감동적이다. 나는 ‘비아 에어 메일’ 공연 때문에 연습에 늦게 투입돼서 고마운 게 진짜 많았다. 상대 배우는 다 해놨던 거니까 그냥 편안하게 맞춰줄 수도 있지 않나. 근데 언니들이 에너지를 다해서 맞춰주고 모두가 같은 마음인 게 너무 느껴졌다. 우리가 ‘대충 보여주지 말자’ ‘할 수 있는 선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폭발시키자’ 이런 전우애 같은 게 있었다. 려원이 언니랑 유리아 언니가 첫 공연을 했는데 나도 울컥했다. ‘리지’ 안에서의 연대의식 같은 게 느껴지더라. 공연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김려원 “그게 객석에도 느껴졌다고 하더라. 엄청 벅찼다. 간절한 게 진짜 있었다. 남자배우 4명의 공연이었으면 못 느꼈을 다른 게 있었다.”
나하나 “만약에 ‘리지’가 연극이었으면 그 에너지로 몰입해서 할 텐데 노래가 너무 많고 어렵다보니까 간극을 계속 조절해야 하는 게 어렵다. 사실 ‘리지의 상태를 흉내내지 말자’는 다짐을 하고 있다. 내가 표현하려고 어떤 상태를 꾸며내서 ‘이렇게 연기해야지’라고 빠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죽이러가기 직전까지는 정말로 그 상태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이 따라오기가 힘들 것이다. 눈앞에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여자가 서 있다는 느낌을 관객이 받아야 한다. 우리 작품이 드라마가 아니라 형식미가 강하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한번 걸려야 뒤에까지 쭉 갈 수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목이 나가건 말건 죽은 새를 발견하고부터는 완전히 몰입하겠다’는 각오로 무대에 올라가긴 한다. 그러고 나서 인터미션 때 엄청 후회한다. 2막 노래를 못 부를 것 같아서.(웃음)”
- 엠마를 하면서 목소리가 완전 바뀌었다.
김려원 “내가 맡은 파트가 아래파트고 록이라는 장르적인 것과 음악감독님 말씀을 고려해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나는 엠마가 좀 뱀 같다고 생각했다. 리지보다 고단수고 여기서 살아남았지 않나. 리지에게는 앨리스도 있는데 엠마는 아무한테도 사랑을 안 받았을 것 같더라. 그런 사람이면 가라앉아있는 상태지 않을까. 사실 엠마가 리지를 부르는 톤이 악보에는 ‘레’로 돼 있다. 그런데 극장에 와서 그렇게 부르니까 객석에서 좀 시끄럽게 들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극장 음향 상황 때문에 드레스리허설을 하면서 톤을 바꿨다. 폭발적으로 부르긴 불러야 되니까 낮고 굵게 된 것 같다.”
나하나 “언니는 고민을 엄청 많이 했다. 소리적인 고민도 많이 하고. 우리 둘 다 헤드보이스를 주로 쓰고 그런 노래만 대부분 해왔다. 그래서 둘이 얘길 되게 많이 했다. ‘어떡하지’ 했는데 려원이 언니는 좀 해결된 것 같다.”
김려원 “우리에겐 ‘이영미 노래교실’이 있지 않나.”
나하나 “려원이 언니랑 영미 언니한테 사사하고 있다. 려원이 언니는 영미 언니가 ‘이렇게 해봐’ 하면 된다.”
김려원 “그렇게 하면 되는데 혼자서는 못한다.”
김려원 “두 작품의 목소리가 다르니까 좀 어려웠다. 한번은 ‘미스트’에서 ‘나를 찾아’ 넘버를 부르는데 마지막에 ‘선택은 오직 하나 후회는 하지 않아’에서 ‘하지 않아’를 굵게 소리낸 거다. 너무 당황했다. 집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된 거라 관객들이 감정이 폭발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하시더라. 무대에서 내려왔을 땐 ‘어떡하지’ 했는데 다행이었다.”
- 이 작품도 성대 혹사극이다.
김려원 “노래보다도 소리를 너무 많이 질러서 목이 많이 상한다. 싸우다가 예열이 된 상태면 괜찮을 텐데 옆에서 대기하다가 나오자마자 소리를 지르니까 힘든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대사가 훨씬 목에 무리가 많이 간다. 노래는 연습을 잘 해놓으면 길이 닦여서 괜찮다.”
나하나 “나도 마찬가지다. 딱 잡고 제대로 된 발성으로 노래만 부르면 안 쉴 텐데 연기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니까 목이 쉬는 것 같다. 그건 사실 답이 없다. 다 쓰고 쉬면서 회복해야 한다. 공연 끝날 때까지 잘 버텨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 각자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해 달라.
나하나 “처음에 대본과 음악을 받았을 때 내가 구상하고 생각했던 캐릭터나 이미지가 있었으나 연출님이랑 공동 작업을 하면서 연출님이 가지고 계신 확고한 방향성을 따라가게 됐다. 연출님이 캐릭터에 대한 분석도 확실하셔서 나는 되게 좋았다. 김태형 연출님이 드라마가 강한 선생님이시지 않나. 지도를 정확히 그려주신 게 좋고 감사했다. 그 와중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표현하면 되니까 연출님을 믿고 따라갔다.”
김려원 “연출님이 라인을 잡아주신 부분이 많아서 사실 편하고 좋았다. 노래만 익히는 데도 엄청 오래 걸리고 힘든 작품이다. 내가 음정을 틀리진 않을까 싶어 지금도 불안하다. 박자도 무척 어렵다. 4분의 7박자 이런 것들이 계속 나오고 숨소리를 내는 것도 악보에 다 표시돼있다. 악보가 되게 세밀하다. 그런 부담 속에서 연출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고 대화도 잘 해주셨다.”
김려원 “나는 대본을 보고나서는 엠마를 더 못되게 하고 싶었다. 엠마는 목표가 확실히 있기 때문에 리지랑 같이 간다고 생각을 안했다. 근데 연출님이 뒷부분에는 이 집안 여자들의 연대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그에 맞춰 바뀌었다. 사실 나는 뒷부분에서 각개전투를 하고 싶었다. 여자라고 함께여야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 다 개인의 욕망이 있으니까 그걸 표현하고 쟁취하는 걸 그리고 싶었다. 이 작품은 특별히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이룬 것 같다.”
나하나 “실제 사건에서 증언된 진술들도 많고 대본 안에서 설명돼진 얘기도 있어서 캐릭터적으로 내가 유추할 수 있는 가지가 너무 많았다. 처음부터 이 극이 갈 때까지 리지의 상태를 어떤 식으로 계획해서 가야되는지 방향이 다양했다. 어떻게 보면 진짜 제정신이 아닌 애라고 볼 수도 있다. 얘가 생활하고 행동해왔던 실제 증언들을 보면 약간 정신이 나간 애 같기도 한데 어떤 측면에서는 되게 계획성 있고 엄청 영리하게 자기한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성폭행을 당하고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라온 사람의 성격을 생각하면 되게 우울하고 피해의식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 캐릭터를 다 걸치고 있었는데 연출님이 매 장면마다 어떤 계획성을 가지고 어떤 상태를 보여줄 건지 되게 분할해서 잘 설명해 주셔서 녹아들 수가 있었다. 연출님께 정말 감사한 부분이다.”
-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한다면 어떤 리지와 엠마가 될 것 같나.
나하나 “연습 때부터 엠마가 진짜 힘들 것 같다고 언니한테도 말했다. 서로 주고받기를 하다가 감정을 터트리는 게 아니지 않나. 그게 배우한테는 너무 어렵다. 노래 시작하는 스타트도 그렇고 얼핏 보면 어색한 순간이 많을 수 있는 캐릭터인데 언니랑 서영이가 진짜 대단한 거다. 전혀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게 되게 드라마적으로 잘 구현을 해낸다. 근데 나는 그런 걸 못한다.”
김려원 “나도 리지는 못할 것 같다고 계속 얘기했다. 진짜 자신이 없다. 노래도 너무 어려운데 극에 다다른 감정을 가지고 그 시간을 이끈다는 게 대단하다. 하나랑 유리아가 1막 하고 나면 덜덜 떠는데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김려원 “관객은 마스크를 쓰고 함성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에 그분들의 호응까지 책임져야 될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 같이 해주시면 마이크도 넘길 수 있고 주고받는 호흡이 있을 텐데 우리가 다 해야 된다.”
- 지난 8일 공연에서 그런 모습을 봤다.
김려원 “관객들의 환호성을 채워야 될 것 같아서 정말 죽을 둥 살 둥 한 거다. 근데 ‘혼자 되게 신났던데’라고 하니까 속상하더라. 일부러 열심히 한 건데.”
나하나 “그날 나는 진짜 신났다. 우리 영미 선생님의 인간미를 본 날이어서.(웃음) 영미 언니의 실수를 처음 봤다.”
김려원 “영미 언니가 노래하시다가 ‘여길 떠나 저 윗동네 부자들처럼 살 거야’ 이렇게 옥타브를 올리지 않고 부르는 거였는데 지른 거다. 그러고 나서 우리를 보고 ‘나 어떡해’ 이런 표정으로 아기 웃음을 지으셨다. 너무 귀여웠다. 다 웃음이 터졌는데 내가 그 다음 파트여서 바로 들어가야 했다.”
나하나 “언닌 진짜 프로였다. 그걸 잡더라. 수진이 언니랑 나랑 영미 언니랑 셋 다 웃고 있었는데.(웃음) 수진이 언니는 좀 지나서 가라앉았다가 ‘여기 있어’ 이러는데 갑자기 목 상태가 나빠졌는지 목소리를 갈아서 냈다. 그러고 보니 ‘난 여길 떠나’(Gotta Get out of Here)에서 다 참사가 일어났다. 언니들이 공연 때 노래 실수를 안 하기로 유명한데 커튼콜에서 갑자기 그러니까 너무 웃겼다. 진짜 노는 마음으로 하니까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행복하다’ 그랬다.”
김려원 “커튼콜 땐 그래도 되는 것 같다.”
나하나 “그날 녹음한 거 어제 또 들으면서 대기실에서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수진이 언니는 너무 웃기다고 자기 껄 자꾸 들려준다.(웃음) 재밌는 곳이다.”
나하나 “나는 ‘머큐리’(Mercury Rising)를 좋아한다. 브리짓 솔로곡인데 4명이서 부르는 화음이 정말 좋다. 화성이 너무 고급지다.”
김려원 “나도 ‘머큐리’. 진짜 좋다. 우리는 그거 들을 때 ‘와’ 했다. 다 다른 멜로디를 부르는데 화음이 되게 예쁘다. 연습실에서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지금은 메인 소리가 크고 나머지 화음들을 줄여놓다 보니까 이게 확 안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하나 “그리고 연습실에서는 음악만 들었는데 지금은 거기에 드라마가 너무 세서 시선이 분산되는 게 많다. 그 노래 진짜 좋다.”
김려원 “음악감독님도 그 노래가 백미라고 하셨다.”
-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도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나하나 “정말 최고의 밴드다. 연주 실력부터 모든 게 다 고급이다. 그리고 일당백이다. 악기가 12개 정도 들어간다.”
김려원 “해본 것 중에 ‘리지’ 연주가 제일 어렵다고 하시더라. 연주자들 모두 최고다. 보시면 다 놀라실 건데 가려져있어서 좀 아쉽다.”
나하나 “되게 생소한 사운드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으나 음악감독님이랑 우리는 연습 때부터 낯선 느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여러 이펙트나 소리들을 악기가 구현해내는데 방식이 다양하다. 첼로도 연주기법이 엄청 많다. 사람들이 느꼈을 때 ‘낯선데 왜 이렇게 좋지’ 이게 우리의 음악적인 목표다.”
- 기분 좋았던 관람평이 있나.
김려원 “넷 다 너무 잘한다.(웃음) 언제 가도 완벽한 호흡이라는 말도 기분 좋았다.”
나하나 “나도 그런 평들을 봤다. 캐스트 상관없이 가고 싶은 날짜에 아무 자리에서 봐도 좋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 같다.”
- 힘든 시국에 이 작품이 지친 일상을 달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나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생각한 건 ‘우리 자리에서 주어진 몫을 잘 수행하는 것까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진짜 답이 안 나오는 질문들에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이 공연을 끝까지 하겠다고 결정해준 컴퍼니의 믿음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은 다 하자고 생각하고 임한다. 공연 관람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하는 비판도 이해를 하고 조심성을 얘기하신 분들도 충분히 이해한다. 오시는 분들의 생각은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모르지만 와주시는 발걸음이 우리에겐 너무 귀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김려원 “문화를 즐기고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조심해서 오시는 것 같다. 그게 너무 멋있고 대단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데 내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조심하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 말아야겠단 인식을 굉장히 강하게 하고 계신 것 같더라. 이 작품은 특히 같이 즐기고자 만든 커튼콜과 록뮤지컬이라는 기대가 있으실 텐데 지금 시국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관객들도 다 내려놓고 헤드뱅잉하고 소리도 지르고 떼창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은 계속 한다.”
-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자면.
김려원 “감사하단 얘긴 꼭 하고 싶다. 어려운데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게 봐주시고 좋게 평해주셔서 감사하다. 정말로.”
나하나 “감사한 마음 늘 새기고 있다. 우리도 진짜 조심하고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노력할 테니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와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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