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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아니다"라는 키코 피해기업 vs "문제 삼으면 문제 된다"는 은행


키코공대위, 금융위에 유권해석 요청… '배임 공방' 장기화 전망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키코 배상에 대한 은행들의 고민이 길어지자, '배임' 논란이 또다시 화두로 등장했다. 은행 측은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충분한 법적 근거 없이 배상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의 판단으로 배상을 하더라도 추후에 문제를 삼으려면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편 피해 기업들은 금융감독원이 문제 없다고 밝힌 만큼, 은행들이 배임을 우려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금융당국에 관련 은행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한동안 '배임'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금융위원회에 '은행법 34조2'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키코공대위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배임 아니다"…금융위에 유권해석 요청

키코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을 말한다. 미리 정해둔 약정환율과 환율변동의 상한선 이상 환율이 오르거나,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손실을 입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해 12월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라며 6개 시중은행에게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한 배상을 권고했다.

이날 기준으로 6개 은행 중 배상을 완료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씨티은행은 분조위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판례를 기준으로 배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산업은행은 금감원의 판단에 수긍할 수 없다며 불수락했다. 신한·하나·대구은행은 금감원에 시간을 더 달라고 연장 요청을 했다.

키코 피해기업 모임인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은행들이 여전히 배임 우려 때문에 배상을 주저한다고 보고 있다. 공대위가 추정하는 관련법은 은행법 34조2의 3항이다. '은행업무, 부수업무 또는 겸영 업무와 관련해 은행 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키코 공대위는 배임의 근거로 추정되는 법 조항 은행법 34조2항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지난 9일 유권해석을 신청했다. 최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판단을 통해 '배임'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대위에 따르면 그간 몇몇 시중은행들은 일부 법무법인으로부터 배상을 하더라도 배임의 소지가 없다는 법률 검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는 행위만으로는 배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키코공대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거대 로펌으로부터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경영진이 선의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안의 행위를 한다면, 그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개인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내용이 담겼다"라며 "즉 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에 배상을 해주더라도 경영진이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다면 그 행위만으로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해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외부 법률자문가들과의 논의 결과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는 경우 배상금을 뒤늦게 지급하더라도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배임 가능성 조금이라도 있으면 배상 어려워"

은행들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법적 근거 없이 배상을 하게 되면 충분히 배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불완전 판매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키코 판매 자체가 '불공정 거래행위'는 아니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법원에서 은행의 손을 들어준 만큼, 배상을 하게될 경우 배임 가능성이 크다"라며 "지금은 주주들을 설득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주주들이 문제를 삼으려면 충분히 문제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배임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 검토에 더해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한다는 경영상의 판단으로 배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보는 시각에 따라 법적인 해석도 달라지는 만큼, 우리은행의 사례를 곧장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라며 "다른 은행이 배상을 했더라도, 각자 처한 상황이 조금씩 달라 곧장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법무법인이 한 곳이라도 있다면, 배상에 나서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배임 소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대법원 판결이 끝난 상황에서 배상을 하게 되면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고 본다"라며 "은행법 조항이 포괄적이라 명확한 건 아니지만, 배임의 소지가 없다고 명확하게 주장하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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