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추모식에서도 가족 간의 화합은 없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한진가(家)의 갈등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1시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고인의 1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고인의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비롯해 그룹 고위 임원들이 참석했다.
추모식이 진행된 30여분 동안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조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날 행사에 불참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KCGI와 손을 잡고 있다. 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은 지난달 열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 측에 완패했지만 꾸준히 지분을 늘리며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이 늘어날수록 조 전 부사장은 가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부친이 남긴 유언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양호 회장은 유언으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당부했다. 생전에 KCGI의 공격이 시작된 상황이었던 만큼 형제끼리 협력해 경영권을 지켜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유언과 반대로 KCGI와 손을 잡고 조원태 회장의 반대편에 서 있다.
일각에서는 고인의 1주기를 맞아 가족 간에 화해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한진가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3자 연합은 지난 1일 한진칼 지분을 42.74%까지 늘렸다고 공시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3자 연합이 지분율을 50%까지 늘린 뒤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이미 조원태 회장 측에 앞서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면 지분 경쟁 양상이 달라진다.
한편 3자 연합이 임시주총을 요구하더라도 조원태 회장은 올해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만큼 2023년 3월까지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내이사 해임이나 정관변경 등의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으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3자 연합 입장에서는 석태수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을 노려볼 수 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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