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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돌 뉴롯데㊦] 신동빈의 숙원, 호텔롯데 상장…물 건너 가나


2015년부터 내우외환 악재에 번번이 실패…상장 일정 '오리무중'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습니다. 주주 구성이 다양해 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11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 같이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호텔롯데 상장' 계획이 대내외 이슈로 5년째 표류하고 있다. 몇 년간 롯데 경영비리 혐의,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오너 리스크'에 놓여 있었던 데다, 경기 침체,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코로나19' 이슈까지 터지면서 호텔롯데의 시장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8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지난 2015년 8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조성우 기자]

2일 재계에 따르면 호텔롯데 상장 추진은 올해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매출의 주축인 면세점 사업과 호텔 사업이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시장 가치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4분의 1 가량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6년 당시 호텔롯데의 시장 평가는 영업가치와 비영업가치를 합해 20조 원에 가까웠지만, 현재 시장에서 보는 가치는 4조~5조 원 수준"이라며 "초기 희망공모가도 20만~30만 원이었지만, 점차 낮아지면서 지금은 5만~6만 원대로 평가되고 있어 현재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롯데로서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

◆ 오너 리스크·中 사드 등 잇따른 이슈에 좌초

호텔롯데는 상장을 적극 추진하던 2016년 6월께 희망공모가를 주당 8만5천~11만 원으로 정했다. 이는 기존보다 한 차례 낮아진 것으로, 당초 공모가는 9만7천~12만 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달 롯데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급변해 호텔롯데 상장은 불발됐다. 롯데 측은 국제 금융도시를 돌며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에 나선 뒤 상장하려고 했지만 검찰 수사로 모든 일정이 틀어져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

당초 공언한대로 진행되지 않자 신 회장은 검찰 수사 종료 직후인 그 해 10월 호텔롯데 상장 추진을 중심으로 한 그룹 쇄신안을 발표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조속히 재추진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공개해 주주구성을 다양화할 것"이라며 "호텔과 면세 사업에 적극 재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롯데호텔서울 전경 [사진=호텔롯데]
롯데호텔서울 전경 [사진=호텔롯데]

하지만 검찰이 경영 비리와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선 데다, '사드' 배치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이 노골화되면서 결국 목표했던 2017년 상반기에도 호텔롯데는 상장되지 못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호텔롯데와 롯데면세점, 롯데마트 등 롯데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장에 대한 불매 운동을 벌여 타격을 입었던 탓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은 직전 연도까지 한 해 3천억 원대 수준에서 2017년에는 99.2% 급감해 25억 원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시기를 2019년으로 재조정했다. 당시 신 회장은 한 외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IPO가 지연된 것을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2019년에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은 2018년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1심 판결에서 실형을 받아 또 다시 호텔롯데 상장을 제 때에 추진할 수 없었다.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70억 원이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한 뇌물로 인정돼 법정 구속됐다.

이로 인해 호텔롯데 상장은 또 다시 불발됐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이후에도 우량 계열사의 상장을 점차 늘려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 공모자금 투자를 통한 그룹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계획했지만 구속되면서 모든 일을 제대로 추진시키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신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할 때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이후 신 회장은 자신의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듯 했다. 호텔롯데의 경우 올해 초 기업공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IR팀을 다시 꾸리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호텔롯데 IR팀은 2015년 12월 만들었다가 여러 차례 상장 작업이 중단되자 2018년 2월 공식 해체됐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을 서두른 이유는 호텔롯데를 상장할 경우 이에 따른 수조원의 공모 자금 조달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주주들의 상장 이익을 줄여 '일본기업'이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이 선행돼야 국민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변수로 내년에도 힘들 듯

재계에선 주관사 선정, 기업가치 평가, 해외 IR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빠르면 올해, 늦으면 내후년께 상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마저도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텔뿐만 아니라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도 매출 타격을 크게 입어 사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특히 면세사업은 더욱 심각하다.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국내 점포 수는 총 9개로, 김포공항점은 하루 매출 2억 원에서 100만 원으로 급감해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 김해공항점도 지난달 22일부터 문을 닫았다. 인천공항점은 지난달 매출이 90%나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포는 태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본 간사이공항점을 제외하고 지난달 모두 휴점에 들어갔다. 일본 간사이공항점과 국내서 운영 중인 시내면세점은 영업시간을 단축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출국자 수가 반 이상 급감하면서 전체 면세점들의 매출도 대폭 줄어든 상태"라며 "올해 1분기 면세점들의 영업이익은 최대 80%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코로나19' 사태로 객실 점유율이 10%도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까지 다다르자 이달부터 1개월간 유급 휴직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휴직자에게는 해당 기간 평균 임금의 70%가 보장된다. 지난 2월 말부터 롯데호텔 임원들은 3개월간 급여의 10%를 반납하고 있으며, 희망 직원들에 한 해 3~4월 사이 일주일 단위 무급 휴가도 이뤄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로 출국자 수가 급감하자 지난달 22일부터 김포공항점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조성우 기자]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로 출국자 수가 급감하자 지난달 22일부터 김포공항점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조성우 기자]

이 같은 분위기 탓에 호텔롯데 상장 가능성은 올해도 희박하다. 지난달 19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일각에선 기대했지만, 호텔롯데의 실적이 고꾸라진 만큼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롯데지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진 호텔롯데 대신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현재 재계에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외식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지알에스 등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황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선진국 시장 공략, 적극적 인수·합병(M&A), 기업 공개를 통한 투명한 지배체제를 완성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선 롯데가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려면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이 더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롯데지주를 통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신 회장에 버금가는 지분 11.1%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데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을 지배하고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 주주들의 지배력을 낮추는 한편, 롯데지주와 합병해 호텔롯데 지배 하에 있는 계열사들을 지주회사 내에 편입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상장돼야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체제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며 "다만 올 들어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호텔과 면세점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수익성이 떨어져 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도 호텔롯데 상장은 힘들어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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