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수적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2023년으로 1년 연기됐지만 보험사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자본확충에 필요한 시간은 벌었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제로금리시대 돌입과 시장 포화 등으로 인해 자본 조달의 어려움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IFRS17 시행시기를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IFRS17 도입은 2021년에서 2022년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 상품을 많이 판매했던 보험사들은 적립금이 크게 늘어나게 돼 부채 규모도 확대된다. 부채가 많아지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도 하락하기에 적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회원국 상당수들이 IASB에 도입 연기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사회 14개국 중 유럽보험협회를 중심으로 미국, 호주, 한국 등 9개 보험협회가 지난해 IASB에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바 있다.
보험업계 최대 현안 중 하나였던 IFRS17 도입이 한 번 더 연기되면서 보험사들은 자금확충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그간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동시에 관련 전산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시름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하며 이른바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의 주요 투자처인 채권 수익률이 악화돼 자산운용수익률도 하락하게 된다. 자산운용수익률 하락은 역마진 심화로도 이어진다. 과거 5% 이상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들의 이차역마진은 더욱 심화되며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도 더욱 커진다.
자본조달에 대한 어려움을 이유로 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을 더 연기하거나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연기로 일부 중소형사들은 시스템 구축 작업 등을 위한 시간을 확보했다"며 "하지만 저금리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IFRS17 도입 시 자산-부채듀레이션 갭 증가 등 보험사에 재무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에 원점에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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