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SK그룹이 경영진을 비롯해 임원들에게 75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한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계열사별 책임경영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들이 스톡옵션 제도를 사문화시킨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스톡옵션은 경영진을 단기이익에만 몰두하게 하거나 사내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SK는 2017년 스톡옵션제도를 부활시킨 이후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책임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SK(주)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이사회를 열고 각사 임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미리 정한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권리다. 경영진은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해선 기업가치와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SK(주)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내이사에게 보통주 11만7천376주를, 장동현 사장(CEO)에게는 9만6천662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행사기간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다. 스톡옵션 부여 후 2년 미만 재직 시 부여가 취소된다.
SK이노베이션은 김유식 배터리마케팅본부장에게 3천194주를, 이장원 배터리연구소장에게는 3천118주를 각각 지급한다. SK하이닉스는 진교원 개발제조총괄 사장에게 보통주 6천587주,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사장에게는 6천737주 등 9명에게 총 4만5천686주를 지급한다.
SK텔레콤 역시 박정호 사장(CEO) 대표이사에게 기명식 보통주 11만1천106주를, 유영상 MNO사업부장 등기미원에게 2천353주를, 강종렬 ICT인프라센터장에게는 2천48주, 하형일 Corporate2 센터장에게는 1천961주 등 총 10명에게 12만7천643주를 지급한다.
이들 계열사 모두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일 전일부터 과거 2개월, 1개월, 1주간의 거래량 가중평균종가의 산술평균가격으로 한다. 지난 6일 종가기준으로 4개 계열사가 발행하는 스톡옵션 규모는 대략 750억원 규모다. 스톡옵션의 회계처리는 공정가치로 평가돼 주식보상비용에 반영된다.
SK그룹은 스톡옵션제를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사업 부문장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규모도 넓히고 있다. 스톡옵션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맡고 있는 계열사까지 시행되고 있다. SK그룹의 제2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자회사 SK가스 역시 올해 미등기임원에게 보통주를 지급한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스톡옵션 확대 방침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사내 위화감 조성과 책임경영과 수가상승의 무관함 등의 이유로 삼성그룹을 비롯해 대다수 기업이 스톡옵션을 폐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SK도 2000년대 초반까지 스톡옵션을 활용한 뒤 무려 10여년 만인 2017년 부활시켰다.
하지만 SK그룹은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일치를 통해 기업가치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 한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계열사별 자체적으로 판단해 스톡옵션 지급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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