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현장]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 "전원 고용승계 요구"


성실교섭·단체협약 승계·분할매각 금지· 다단계 하도급 철폐 등도 요구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고용승계와 고용구조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소속 자회사 노동자들이 박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10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 매각대응 대책회의 등의 주최로 아시아나항공 원·하청노동자 고용승계와 고용구조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대응 대책회의에는 아시아나항공노조,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부, 아시아나KO지부,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 아시아나KR노조 등이 속해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이달 12일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둔 상태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을 제 2 국적기로 성장시킨 주역이 노동자들인데, 매각과정에서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견실한 기업을 막대한 부채더미 위에 올려놓은 총수와 경영진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유동성 위기 앞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갑질 행패 앞에서 눈물을 삼키고 기내식 대란 시 승객들의 항의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아시아나항공을 지키기 위해 역할을 다했다"며 "하지만 기재축소, 비수익노선 정리, 지점 철수 등은 무급휴직, 희망퇴직, 전환배치, 업무강도 강화 등으로 이어졌다"고 호소했다.

이상욱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매각으로 많은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이 자신의 고용과 노동조건이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 불안에 처해있다"며 "하지만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이야기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사태에 다다를 때까지 감시와 견제를 소홀히 한 산업은행에도 책임을 물었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문어발식 확장과 여러 업체를 인수하면서 많은 부채를 발생시켰는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오늘 이 사태를 만든 공동 주범이라 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고용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현재 교섭 진행 상황을 공개해 알려주고 필요한 요구가 뭔지 노조와 대화하는 게 상식적이다"며 "하지만 국책은행이면서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산업은행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원·하청노동자 고용승계와 고용구조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황금빛 기자]
아시아나항공 원·하청노동자 고용승계와 고용구조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황금빛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요구한 핵심사항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 전원 고용승계 ▲성실교섭·단체협약 승계 ▲분할매각 금지 ▲다단계 하도급 철폐와 원청이 책임지는 고용관계 도입 등이다.

특히 불안에 떠는 노동자들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하지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속하는 자회사 소속 2천 여 명의 하청 노동자들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자회사로는 KA(여객지원), KR(정비지원), KO(기내청소, 수화물), KF(미화) 등이 있다. 또 KA 자회사로 AQ(여객운송지원), AH(외항사지원)가 있고 KO 자회사로 AO(항공운송보조)가 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을 위해 일해 왔지만 매각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런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는데, 금호 측이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서에서 문화재단 소속 자회사들에 대한 3년 의무 계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남 아시아나KO지부 지부장은 "아시아나KO는 지상조업을 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협력업체고 박삼구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소속이다"며 "노동을 통해 수익이 나면 문화재단 이사장인 박 전 회장 주머니로 들어가는데 실제로 매년 배당금으로 15억 원 정도를 가져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의 탐욕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무너지고 매각이 결정된 후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산업은행은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고 박 전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문화재단 소속 자회사와 3년 계약 의무 조항을 요구했다고 한다"며 "자기 주머니 챙기려고 노동자들을 이용해 먹겠다는 심보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안정적 고용승계뿐 아니라 고용구조 정상화도 촉구한 이유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김경률 회계사는 이러한 구조에 대해 "오직 금호아시아나 오너를 위한 구조인데 이러한 구조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보고만 있다"며 "하청 고용 구조를 그대로 두고 매각을 하는 것은 현대가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의 도구를 그대로 넘겨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또 매각 작업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회계사는 "회계사 생활 20년이 넘었는데 매수자 측 실사 없이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납득이 가지 않아 실사 없는 졸속 매각 진행 이유를 묻고 싶다"고 얘기했다.

한편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하는 공동 선전전, 인수기업 면담 요구와 공동집회,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능한 아시아나항공 매각대응 오픈 테이블 등을 통해 향후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현장] 아시아나항공 원·하청 노동자 "전원 고용승계 요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