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단순히 창업 자금만 지원해서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어시스트를 받은 청년 창업가들이 3년 뒤, 5년 뒤에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꾸준히 점검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연대은행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손을 맞잡고 지난달 28일 서울 대학로 인근에 '알파라운드'를 건립했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한성대입구역 쪽으로 가는 왼쪽 언덕에 자리한 지하 2층·지상 5층의 아담한 건물이다.
김용덕 사회연대은행 대표를 4일 만나 앞으로 진행될 알파라운드의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따뜻한 은행'의 수장답게 청년들의 고민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각오가 묻어났다.
◆ 청년 일자리·금융·공간 지원 종합 프로젝트 '알파라운드'
이번 알파라운드 오픈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사회연대은행은 지난 2012년에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로부터 200억원을 지원받아 대학생의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해주는 '대학생 학자금 부채 지원사업'을 민간 최초로 시행했는데, 이 혜택을 본 대학생이 3천850명에 달한다. 이 대출금 상환재원을 바탕으로 청년 일자리 연계 및 포용적 금융을 통한 청년 자립 지원을 위해 알파라운드를 건립했다. 청년들의 미래에 '알파'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알파라운드라고 이름을 붙였다.
"대학생 지원사업을 하면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꾸준히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군요."
청년층 실업률이 높아지고 대학 등록금은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한번 금융의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들이 쉽게 그 상황에서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알파라운드는 이 같은 현실을 목격하고 기획됐다. 어려운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창업 등 일자리를 지원하고, 대출 지원과 경영 컨설팅 등으로 사후관리까지 종합적으로 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사회연대은행은 2002년부터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으로 활동하며 16년 동안 쌓은 육성지원 노하우와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 등을 갖추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작품을 디자인에 적용한 '마리몬드', 폐자동차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컨티뉴' 등이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고 출발한 기업이다.
알파라운드 개관에는 뜻 있는 사람들의 재능기부도 한몫을 했다. 김현선 홍익대학교 교수가 돈을 받지 않고 리모델링 설계를 제공했고, 브랜드 컨설팅 기업 소디움파트너스에서는 CI(기업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해 기부했다.
현재 1층에는 청년단체와 기업의 공유오피스로 사용되는 라운지가 있으며, 4층의 청년창업가 육성기지에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6개 스타트업(툴뮤직, 청년신협추진위원회, 청년연대은행토닥,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예술대학생네트워크, 88후드)이 입주해 있다. 사무공간과 집기 등을 모두 무료로 지원 받는다. 2층과 3층은 사회연대은행 사무실이다.
지하 1층의 카페 역시 청년 창업가 지원을 위해 사용된다. 카페 창업을 꿈꾸는 지원자를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에서 선별해 아름다운커피에서 교육을 하는 공간이다.
김 대표는 "곧 알파라운드 홈페이지를 오픈해 프로그램 소개와 지원자 모집을 공고하고 유관기관에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라며 "인프라를 갖췄으니 한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매년 사업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설립된 알파라운드는 나눔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회적 금융 사례다"라며 "앞으로도 청년 활동지원과 포용적 금융을 통해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알파라운드에 새로운 둥지를 튼 입주기업들의 만족도는 '엑설런트'다. 사회적기업 툴뮤직의 정은현 대표는 "보증금과 월세 등의 부담이 없이 소액의 관리비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자금사정에 여유가 생겨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라며 "개인적으론 '지하세계'에서 탈출해 햇볕 잘 드는 큰 창문이 있는 멋진 사무실이 생겨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 "저신용자 돕는 게 마음의 빚 갚는 길"
그런 그가 사회연대은행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고민이 한참일 때부터다.
"KCB를 창립에 참여할 때는 개인 신용평가 시장이 활성화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더 나은 조건으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신용이 좋은 사람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더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이 같은 현실에 고민이 깊어질 무렵 2006년 말 사회연대은행이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는 작은 기사를 보게 됐다. "사회연대은행? 이게 뭐지" 궁금해 무작정 행사장을 찾아갔다. 그래서 저신용자에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주는 마이크로크레딧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후 후원 활동을 이어가다 2009년에는 사회연대은행의 비상근 이사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에도 참여하게 됐고, 2012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대표직 제안이 왔을 때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에 대한 빚을 갚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저신용자 지원 사업을 해나가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갚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정부 총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앞으로도 이 비중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복지 수요는 정부가 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질텐데 적은 예산으로 좀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게끔 하려면 고민이 필요하다"며 "우리 같은 전문적인 비영리기관이 건전하게 클 수 있도록 도와주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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