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통곡한 DLS 피해자들…"죄가 있다면 은행 믿은 죄밖에 없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저희 피해자들은 손실에 대한 고지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희를 왜 1등급 공격투자자로 만들었습니까? 이는 사기 계약이므로 계약 무효임을 천명합니다. 죄가 있다면 은행을 믿은 죄밖에 없습니다. 우리은행·하나은행을 철저히 조사해 확실한 방지책을 세워주십시오!"

우리은행·하나은행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투자자들이 정치권의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로는 불완전 판매라는 결론밖에 얻지 못하는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을 낱낱이 파헤쳐달라는 것이다.

DLS비대위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우리·하나은행 파생결합상품 DLS 피해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이란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날 기준으로 만기를 맞은 상품은 우리은행 3개, 하나은행 1개다. 우리은행 1회차 DLF의 최종 손실률은 -60.1%, 2회차는 -63.2%, 3회차는 사실상 전액 손실인 -98.1%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1회차 DLF도 -46.4%로 확정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주명 DLS비대위 위원장과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의 모두발언, 투자자 차호남씨의 호소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피해자들은 은행들이 자신들을 고액투자자라는 프레임을 짜고, 피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주명 위원장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언론을 통해 우리를 고액 자산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모두 거짓이다"라며 "우리는 묵묵히 일하면서 한 푼, 두 푼 열심히 돈을 모았던 사람으로 금융지식이 일천한 평범한 사람들이며, 전문투자자들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저 죄가 있다면 대한민국 4대 시중은행 중 2곳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말을 믿었던 것뿐이다"라며 "이들이 사문서를 조작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사기행각을 벌일 것이라고는 누가 상상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특히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피해가 현실화된 8월에도 은행 경영진은 비이자 수익 영업을 독려했다는 만큼, 오늘날의 DLS 사태는 은행들의 지나침 욕심이 불러온 재앙이다"라며 "국회는 우리은행 행장·하나은행 행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켜 면모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지금 은행들은 시민들이 예금한 돈으로 거대 로펌은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라며 "현재 금융감독원은 상품 자체의 사기성보다는 불완전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국회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가 DLS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과거 동양, 키코 사태와 같이 또 하나의 피해 사례로만 남을 테고, 계속해서 같은 피해자들이 양산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거대 로펌인 김앤장, 율촌을 선임해 향후 소송 등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투자자 대표로 차호남 씨가 호소문을 낭독했다. 차 씨는 "저는 한 아이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평범한 사람이다"라며 "제가 왜 이 나이에 가슴을 졸이며 하루하루 해외 금리를 찾아보고, 채권 수익률 그래프를 확인하면서 세계 경제 지수에 지나친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에 가입할 때는 우리은행이 망하지 않는 이상, 독일·영국·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안전한 수익률을 낸다며 구두로 3천600명의 고객에게 감언이설로 유혹했다"라며 "돈이 마이너스가 되는 시점에도 비상벨은 전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사문서 위조도 지적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일부 투자자들을 공격형투자자로 분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씨는 "왜 우리를 투자정보 확인서에 95점 1등급 공격형 투자자를 만들었나"라며 "일이 일어난 후 서류를 받아들고 집에서 직접 측정해보니 36점밖에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라며 "은행들은 피해자들을 책임지는 한편, 정부는 재발방지책을 세워달라"라고 호소했다.

한편 DLS비대위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각 정당을 찾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2시엔 금융감독원에 집단 민원을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