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오롱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에서 효자 역할을 하던 '코오롱스포츠'가 비틀거리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되고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서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는 한 때 매출 5천억 원대에 진입하며 아웃도어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매출은 2천700억 원 가량을 기록하며 5위권에서 밀려났다. 지난 2011년 매출 5천200억 원을 달성한 지 7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현재 아웃도어 시장 톱 5는 지난해 4천651억 원을 달성한 '노스페이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블랙야크(3천863억 원)', '네파(3천711억 원)', '케이투코리아(3천88억 원)', '디스커버리(2천963억 원)'가 뒤를 잇고 있다. 7위인 '아이더(2천489억 원)'와도 매출 차이가 크지 않은 상태다.
한 때 잘 나갔던 '코오롱스포츠'의 이 같은 부진은 아웃도어 열풍이 최근 빠르게 식은 영향이 가장 컸다. 2013년까지 두 자릿 수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신규 업체 진입 등으로 포화상태에 빠졌고, 가격 경쟁 심화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이로 인해 '코오롱스포츠' 외에도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네파' 등 경쟁 브랜드들도 몇 년새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출에 영향을 받았지만, '코오롱스포츠'와 달리 경쟁 브랜드들은 10~20대 젊은층을 공략하면서 고객층을 확대해 타격이 덜했다"며 "특정 고객층에 집중했던 '코오롱스포츠'는 중장년층 대표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잠재 고객 확보에 실패하며 시장 흐름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코오롱스포츠' 로드숍 매장도 상당한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까지 전국에 268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던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 230여 개로 줄었고 올해도 매장 수를 대폭 줄이고 있다. 특히 브랜드 대표 매장으로 인식됐던 '조이코오롱' 서울 무교동 직영점과 신논현역에 위치한 '코오롱스포츠 컬쳐스테이션'은 각각 작년 10월, 지난 6월 문을 닫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984년 개점한 조이코오롱은 코오롱FnC 브랜드들을 한데 모아 판매한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 측이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것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를 구조조정하면서 대형매장 운영에 부담을 느껴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온라인인 '코오롱몰' 운영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오롱스포츠'는 해외 사업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코오롱스포츠'는 2017년 초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와 각각 50%씩 출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현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려고 했으나, 사드 배치 이슈가 터지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력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약세는 코오롱FnC의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코오롱스포츠'가 코오롱FnC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 사업부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오롱FnC의 매출은 2013년 1조3천147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까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에는 1조2천490억 원, 2015년 1조1천516억 원, 2016년 1조1천372억 원, 2017년 1조967억 원, 지난해 1조456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FnC가 올해 '매출 1조' 클럽에서도 밀려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오롱FnC는 한 때 매출 기준으로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에 이어 업계 4위까지 올랐지만, 최근 한섬, 휠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 밀려 7위로 주저 앉았다.
영업이익 또한 급격히 줄었다. 2013년 789억 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7.2% 감소한 399억 원까지 떨어졌다. 올 2분기 상황도 우울하다. 증권가에서는 코오롱FnC의 2분기 패션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79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의류 수요 감소와 '코오롱스포츠'의 할인판매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2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코오롱FnC가 오너 4세인 이규호 전무를 앞세워 온라인과 신규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만한 신성장동력은 아직 부족한 듯 하다"고 평가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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