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당국이 정보교류 차단장치 규제인 차이니즈 월(정보교류 차단장치)에서 물리적 차단 의무, 인적교류 금지를 폐지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제3자에 대한 업무위탁이 금지된 핵심업무도 관련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가나 등록을 받은 경우 가능하게 하는 등 금융투자업계 규제를 전면 개편한다.
27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 영업행위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차이니즈 월 규제 개선과제 4개와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 규제 개선과제 7개를 제시했다.
이는 앞선 지난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과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해 논의한 '자본시장 혁신과제'의 세부안 격이다.
그동안 차이니즈 월 규제의 대상과 방식을 법령에서 직접 규정해 금융투자업자의 영업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핀테크 활성화 등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권은 다른 업권에 비해 제도적 제약이 많아 업무위탁을 통한 혁신을 주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겸영·부수업무의 경우도 사전신고 등 사전적 규제로 인해 금융투자업자의 업무범위 확대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됐었다.
◆ 차이니즈 월 원칙만 주고 운영 자율에 맡긴다
이날 제시된 차이니스 월 규제 개선방안은 지금보다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금융투자업자의 자율성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차이니즈 월 설치 대상을 '업 단위'에서 정보교류 차단이 필요한 '정보 단위'별로 구분 ▲법령에서는 차이니즈 월 규제의 원칙만 정하고 운영 방식은 회사가 자율적 설계 ▲사외 월 규제도 사내 월 규제와 동일 원칙을 적용하고 임직원 겸직제한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수준으로 완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행위규제 정비 및 사후제재 강화 등이다.
정보 단위별 규제 전환을 위해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업 업무를 기준으로 차이니즈 월 설치대상을 정하고 차이니즈 월 설치가 필요한 정보의 종류를 전통적 증권업 수행 과정의 '미공개 중요정보'와 '고객자산 운용정보'로 정의할 방침이다.
차이니즈 월 규제 형식도 법령에서는 필수 원칙만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법률에서는 정보교류 차단을 위한 기본원칙과 금융투자업자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규정하고 하위규정에서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돼야 할 필수원칙만을 제시하겠단 복안이다.
특히 인적교류 금지, 물리적 차단 의무 등은 형식적 규제로 보고 법령에서 폐지하기로 했다. 계열회사 등과의 사외 차이니즈 월 규제도 사내 규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환된다. 금융당국은 특히 계열회사 등과의 임직원 겸직제한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규제 수준으로 완화하고 물리적 차단 의무 등 형식적 규제는 없애겠단 것이다.
차이니즈 월 규제 정비에 맞춰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행위규제도 보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미공개 중요정보에 대한 판단절차, 차이니즈 월에 대한 주기적 점검 및 교육 의무 등 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행위규제를 마련하겠단 설명이다.
더불어 미공개 중요정보 발생시 거래를 제한하고 조사분석자료를 제3자에게 미리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등 현재 협회 자율규제를 법령에 반영할 방침이다.
내부통제 미흡으로 행위규제를 위반할 경우 가중해 제재하는 등 사후제재도 강화된다. 유통이 제한되는 정보를 이용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시장질서가 교란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금전제재를 강화해 규제의 억제효과를 높이겠단 의도다.
◆ 업무위탁 및 겸영 규제도 대폭 완화
금융투자회사의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 규제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이날 제시된 관련 개선과제로는 ▲핵심업무와 비(非)핵심업무의 구분 폐지 ▲본질적 업무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 ▲지정대리인 제도 도입 ▲재위탁 원칙적 허용 ▲단순 정보처리 업무에 대한 자유로운 위탁 허용 ▲겸영·부수업무 등을 사후보고 원칙으로 전환 ▲철저한 사후감독을 통한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투자회사가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제3자에 대한 업무위탁이 금지된 핵심업무도 관련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가 및 등록을 받은 자에게는 위탁이 가능하도록 한다.
아울러 금융투자회사가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매매주문의 접수나 전달, 집행 및 확인업무를 위탁할 수 있게 되고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본질적 업무도 IT 기업 등에 위탁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회사가 IT 기업 등 지정대리인에게 금융회사의 본질적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혁신 금융서비스를 최대 2년간 시범 운영하는 지정대리인 제도는 지난 2017년 11월 도입됐지만 자본시장법에선 예외가 돼 금융투자업권만 IT 기업에 본질적 업무를 위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이에 지난달 시행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상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금융투자업권도 IT 기업 등에 본질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단 방침이다.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에 대한 사전보고 원칙도 사후보고 원칙으로 전환된다. 다만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사후감독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밝혔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법안 통과 시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달 중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내부통제기준 표준안'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맟 비조치의견서를 활성화해 원칙규제 전환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단 방침이다.
안창국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법령에서 세부사항을 직접 규정하는 차이니즈 월 규제 방식을 '원칙중심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 규제의 실효성과 탄력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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