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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등록제"…정부 방침에 등 터지는 면세점


서울 시내免 3곳 추가에 업계 '당혹'…"빅3 체제만 더 굳건해 질 것"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매달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면서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면세업계가 정부의 시내면세점 추가 결정으로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빅3 중심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시내면세점이 추가되자, '총알'을 가진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더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전국에 대기업 시내면세점 5곳을 새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로, 충남 지역에는 중소·중견기업 기준으로 특허권 1개가 더 추가된다. 관세청은 위원회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안에 지역별 특허 신청 공고를 낸 후 오는 11월 최종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오는 9월 철수하는 갤러리아면세점63 내부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오는 9월 철수하는 갤러리아면세점63 내부 전경. [사진=한화갤러리아]

대기업 면세점은 지역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2천억 원 이상 증가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20만 명 이상 증가했을 때 신규 특허를 낼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대기업 면세점 특허권 경쟁에 나설 곳으로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면세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일단 관세청의 공고를 면밀히 살펴본 후 사업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내면세점 특허권 수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갑자기 늘어난 탓에 각 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수가 4년 전인 2015년(6개)보다 2배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과도한 송객수수료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특허권이 3개가 늘어나면 '치킨게임'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면세점 특허권을 등록제로 하고 있지만, 특허권 수를 남발하면서 사실상 신고제로 전환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정부가 허울뿐인 등록제를 이유로 시장에 과도하게 간섭하면서 면세산업 전반의 발전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업체들은 사업성을 고민해본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을 제외한 타 지역 시내면세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시내면세점은 '큰 손'인 따이궁(보따리상)이 많이 찾는 만큼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인천과 광주는 내국인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만큼 투자 대비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력을 느낄 만한 관광지가 딱히 없고, 내국인들도 면세점에서 물건을 많이 살 정도로 구매력이 높지 않은 곳"이라며 "광주에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왜 추가로 허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역시 크루즈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을 운영한다고 해도 항만 면세점 외에는 딱히 잘 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크루즈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단체 관광객이나 따이궁만큼 크지 않는 데다, 이들이 시내면세점까지 쇼핑하러 오지도 않는데 인천에 신규 특허를 추가한다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 같다"고 지적했다.

특허권 3개가 추가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13개로, 대기업 면세점은 롯데면세점(3개), 신라면세점(1개), 신세계면세점(2개), 현대백화점면세점(1개), HDC신라면세점(1개), 두타면세점(1개), 갤러리아면세점63(1개) 등 총 10곳이다.

이 중 한화가 운영하는 갤러리아면세점은 출혈 경쟁에 따른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오는 9월 사업을 종료키로 했다. 누적 적자액은 면세사업을 시작한 2016년부터 지금까지 1천억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인 한화마저 면세사업을 포기한 것은 면세업계의 현 상황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것 아니겠냐"며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면세점 오픈을 기점으로 각 업체들의 송객수수료 경쟁이 과열되면서 적자를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따이궁 모시기에 혈안된 업체들의 출혈경쟁으로 1조3천200억 원의 송객수수료가 지불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첫 면세점을 오픈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6개월도 안돼 650억 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고, 두산은 올해 1분기 동안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했다. SM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중견업체도 매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면세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3년간 누적된 한화의 적자액의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며 "현대백화점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사업장을 더 늘릴 수밖에 없는 데다 내부에선 1년간 1천억 원의 적자를 감내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지만, 사업장을 더 늘리면 적자 부담이 더 커져 백화점 사업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규 특허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수가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사실상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업체들이 정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온 듯 하다"며 "앞으로 면세시장은 상품 구매력이 있는 빅3 중심 구조가 더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면세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매출 기준으로 롯데가 37.8%로 가장 높고, 신라 31.1%, 신세계 17.9%로 3강 체제가 이미 굳어졌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면세점 매출의 87%는 빅3 면세점이 거뒀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이 급증하는 것을 고려해 추가 특허를 3개로 결정한 것"이라며 "시장 포화라는 지적은 맞지 않고,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기업들이 특허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에서 점차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이번에 신규 특허가 추가됐다는 소식에 큰 관심을 갖는 대기업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며 "오는 11월 최종 사업자 선정 시 인천, 광주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 3개 특허권도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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