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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설의 허실-3] PC,모니터 어디부터 켜나


 

'PC본체와 모니터중 어떤 것을 먼저 켜야 하나?'

현대인은 누구나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상 PC를 이용한다. 이 때 PC와 모니터중 어떤 것의 전원을 먼저 눌려야 할지 망설인 적이 있는가?

상당수의 현대인들은 고민하지 않는다.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순서를 기억하거나 혹은 오랜 기간 길들여온 습관에 의해 무심코 켜기 때문이다. PC와 모니터를 어떤 것을 먼저 켜는 순서를 정하는 고민은 밥과 국 중 어떤 것을 먼저 먹어야 할 것인지의 고민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는 어떤 방법이 유리한지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PC가 완전 부팅된 뒤에 모니터를 켜면 그만큼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는 알뜰 절약방법이 공개된후 이런 논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한번도 수면위로 오르지 않았던 PC를 켜는 순서가 인터넷에 등장하자 '민간처방'처럼 PC를 켜는 순서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들도 무성하게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알뜰 절약방법은 이러하다.

PC가 부팅되는 동안 이용자가 실제 모니터를 사용할 일이 없으므로 모니터를 늦게 켜면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는게 주요 내용. TV처럼 모니터는 전력소모가 많으므로 실제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어졌다.

하지만 '괜히 푼돈 아끼려다 큰 돈을 잃을 수 있다'며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PC를 켠 다음, 모니터를 켜면 모니터에 흐르는 전류가 PC로 유입되므로 PC의 전류공급이 불안정해지고 복잡한 부품이 얽혀 있는 PC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역전류'라고 불리운다.

두가지 설명 모두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PC와 모니터 중 어떤 것을 먼저 켜야 되는 걸까?

◆ 논쟁의 중심, '비용절감' vs. '역전류현상'

위의 논쟁은 '비용절감'과 '역전류현상 방지' 등 크게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모니터를 PC보다 늦게 켠다는 '비용절감'과 PC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PC부터 켜야 한다는 '역전류현상 방지'의 관점에서 볼 때 비용절감 효과는 있는거고 역전류 현상을 실제 존재한 걸까?

PC 전원을 켜고 대략 부팅을 마친 뒤에 모니터를 켤 경우, 실제 얼마나 전기료를 절감되는 지의 금액을 밝혀냄으로써 실제 절약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모니터를 켰을 때 발생하는 역전류가 실제 PC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사하면 어떤 게 타당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단, PC에서 모니터로 역전류를 흐르는 현상을 제외시킨 것은 PC회로가 더 복잡하고 PC보다 모니터가 싸기 때문이다.

먼저, 대형 PC커뮤니티에 문의했다. 실제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인 만큼, PC커뮤니티는 이에 대한 실정보가 있을 지에 대해 궁금해서다.

PC커뮤니티 '매니안닷컴' 의 김범완 대리는 "이 부분은 수치가 필요하므로 섣불리 그 순서를 단정지을 수 없다"면서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공개된 데이터는 없으며 PC 및 모니터 제조업체들의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모니터를 생산하는 LG전자와 PC업체 삼보컴퓨터와 협조를 요청해서 사실을 확인하기로 했다.

◆ PC 켠 다음, 모니터를 켜면 0.0275원 절약

모니터를 제조하는 LG전자의 실험에 따르면 PC가 완전 부팅된 다음, 모니터를 켤 때마다 0.0275원 절약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모니터를 켜고, PC를 켰을 때의 전기료가 0.0275원인 셈. 이는 ▲모니터가 PC의 신호를 기다리는 '대기단계'(0.0002원) ▲PC가 정상 작동할 때까지의 '부팅단계'(0.0273원) 등 2단계의 전기료를 더한 값이다.

먼저, 대기단계의 경우, 모니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곧바로 PC파워를 누르고 PC에서 모니터에 신호를 전달하는 시간은 1∼5초 정도. 모니터는 대기상태에 있는 동안 1시간 동안 3W의 전력이 소모된다.

모니터의 대기단계가 최대시간인 5초였을 경우, 소모되는 전력량은 0.004W/hr이다. 전기료가 1Kw당 54.6원이므로 1회 절약비용은 0.0002원이다.

* 모니터 대기단계의 시간당 전력소비량 : 3W/(60분X60초)X5초=0.004W/hr.

* 모니터 대기단계의 전력비용 : 0.004W/hrX(54.6원/1000)=0.0002원.

두번째인 부팅단계는 PC가 정상 작동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으로 1분 내외가 소요된다. 부팅단계의 모니터전력은 30W이므로 1회 소모되는 전력은 0.5W/hr이며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0.0273원이다.

* 모니터 부팅단계의 시간당 전력소비량 : 30W/60분=0.5W/hr.

* 모니터 부팅단계의 전력비용 : 0.5W/hrX(54.5원/1000)=0.0273원.

이에 따라 하루에 한번 PC를 켠 다음, 모니터를 켜면 역순에 비해 하루에 0.0275원, 1년간 9.91원이 절약된다.

◆ 모니터→PC '역전류 현상' 없다

PC를 켠 다음, 모니터를 켰을 때 아주 미세하게 절약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PC가 켜진 상태에서 모니터를 켰을 때 모니터의 일부 전류가 PC로 흐르는 '역전류 현상'은 실제 있는 걸까?

이에 대해 LG전자와 삼보컴퓨터는 모두 "'역전류 현상'은 발생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예전에는 '역전류 현상'이 문제가 됐으나 요즈음 역전류를 차단하는 회로를 모니터와 비디오카드에 장착하고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LG전자 모니터 연구실의 김천섭 주임은 "모니터에서 PC로 역전류가 유입될 수 있는 경로는 PC의 비디오카드에서 모니터로 연결된 DDC용 5V 라인이 유일한 경로인데, 모니터 내부에서는 이 역전류를 막기 위해 DDC 5V 라인에 다이오드를 추가해 모니터에서 PC로 유입되는 역전류를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오드는 전류를 한쪽방향으로만 흐르게끔 하는 2단자소자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치로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그는 "LG 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모니터가 역전류 방지 설계가 되어 있다고 판단되지만, 전세계 모니터가 안전 설계됐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삼보컴퓨터의 하드웨어개발팀 김수찬 선임연구원은 "비디오카드에서도 이런 역전류 발생에 대한 보호회로를 구현했으며 보호회로에는 과도전압방지(TVS)의 다이오드를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다른 전위차를 가지는 정보기기의 연결에서는 각 I/O 장치들은 이러한 보호 회로를 채택하는 것은 역전류나 정전기 방전에 의한 손실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모니터내 보호회로>

◆"PC에는 켜는 순서가 없다"

이상 살펴본 결과, 모니터보다 PC를 먼저 켠 절약효과는 미미했으며 PC를 켠 다음, 모니터를 켜더라도 대다수의 PC에 무리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PC와 모니터중 어느 것을 먼저 켜더라도 크게 상관없다. 이용자들은 예전부터 해왔던 습관대로 PC를 켜도 된다.

오히려 전기료를 절약하고 싶다면 모니터나 PC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켜야 되는지 고민하기 보다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 PC와 모니터 전원을 끄고 콘센트를 빼는 습관을 권하고 싶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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