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우리는 사상 초유의 통신대란을 경험했다. KT 아현지사의 통신구에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서대문구·충정로·신촌·용산·여의도 등 서울 도심 일대 인터넷과 TV, 카드거래가 모두 불통된 것. 이번 대란은 통신망 마비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실감케 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 주요 유·무선 사업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대응체계를 발표했다. 화재·지진·수해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500미터 미만 통신구에 소방설비를 설치하며, 주요 통신시설 정부 점검주기를 단축하는 내용 등이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 대책 발표에 이어 KT는 지난달 22일 향후 2년간 4천800억원을 투입해 문제가 됐던 통신국 감시, 소방시설의 보강, 통신국사 전송로 이원화, 수전시설 이원화, 통신주 및 맨홀 개선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각 통신사들이 유사한 재난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고객인 국민이 바라는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구축을 위해서는 사후 대책보다 사전에 통신망 생존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유선망의 생존성 강화를 위한 백업 회선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23만2천 유선전화 가입자의 전화장애를 유발해 지역 내 소상공인의 생업활동에 큰 피해를 초래했다. 유선전화는 유선망(구리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복구하려면 수작업을 통해 일대일로 연결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장애조치를 지연시킨 원인이었다. 그러나 현재 구리회선을 대체할 수 있는 IP기술이 이미 상용화 된지 오래다. 통신사는 구리회선의 백업으로 광회선을 확보하여야 하며 향후에는 모든 구리회선을 광회선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둘째, 통신재난시 즉시 복구를 위한 위성 이동기지국 추가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아현지사 화재에서도 드러났듯 유선·무선 환경이 밀집된 도심지 통신 재난은 복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복합적인 통신망간(유선+무선+위성) 통신 재난이 발생할 경우 우회 할 수 있는 사전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민간 피해를 키우는 것이다.
더욱이 도서·산간벽지, 지하, 터널 등에서 통신재난이 발생하면 장애 직후 통화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심지 등 장애해결 긴급성이 요구되는 곳의 장애조차 즉각적으로 100% 해소가 어렵기 때문에 통신 음영지역까지 모두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위성을 기반으로 한 LTE, 와이파이 등 설비를 갖춘 이동기지국에 대한 자산을 더 확보하고 운용해 재난·재해로 통신기반 시설이 파괴될 경우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2시간 이내 복구가 가능한 백업 솔루션을 보유해야 한다.
대형재난이 발생해도 국민생활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관한 솔루션을 업무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이하 BCP)이라 한다. 재난망 분야 선진국인 일본은 통신사차원의 BCP가 매우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BCP 솔루션의 경우 재난 발생 시 휴대형 위성기지국을 대거 투입하는 BCP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상 설치용 및 차량 지붕 부착용 등 2가지 유형의 위성이동 기지국을 100대 이상 보유해 재난지역에 2시간이내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BCP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서비스 연속성을 제공하는 BCP 서비스를 제공해 재난 시에도 국민 생활의 연속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넷째, 기존 통신자원을 재배치·연계해 생존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경제적 위성망을 구성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이동응급지원통신(Mobile Emergency Response Support) 서비스로 음성이나 데이터통신용 로컬망, 개인컴퓨터와 전화 등을 위성, 유무선통신, 광통신 등과 같은 기존망과 연계해 사용하고 있다. 일본도 2011년 지진과 쓰나미를 겪은 이후 전국에 300대의 위성 안테나를 이용한 백홀 이동기지국 차량을 투입해 경쟁사보다 통신품질 우위를 점하는 등 통신 2위로 성장하고 있다.
이같이 망의 생존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성이 최후의 백업망이라는 사실은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실제로 위성을 정지궤도에 한번 올리려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2017년 KTSAT가 5A와 7호 위성 2기 발사에 투입한 비용은 위성 제작비와 보험, 관제료 등 총 4천100억 원에 달했다.
결국 비용적인 측면으로 인해 위성만으로는 저대역폭에 지하 및 음영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송수신의 어려움 등 단점으로 비용 대비 가용성 문제 등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현지사 화재로 우리는 통신 장애만으로 어떠한 국민피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경험하게 됐다.
현재는 무선통신(RF) 전환 기술이 매우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반송파 제거 기술(Carrier Echo Cancelation )은 하나의 주파수에 송신파와 반송파를 함께 오버랩해 사용, 주파수 비용을 50% 절감한다. 또한 기존의 4분할 변조(QPSK)에서 발전된 64분할 변조(64 APSK)로 변경할 경우 전송 용량은 3배 늘지만 비용은 30%로 줄일 수 있다. 위성은 이러한 신기술이 적용되면 비상 재난통신망에서 LTE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적인 서비스 백업망을 제공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물리적 이원화 대응책만으로는 화재·지진·홍수 등 대형재난과 같은 복합적인 상황으로 통신기반 시설이 파괴 되는 상황에서는 완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위성망 등을 독립적인 신규 긴급 복구망에 최신기술과 적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재난(발생 시)통신을 적극 제공해야 할 것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