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감축 협의와 미국의 이란제재 등을 이유로 원유 공급원 다원화에 나섰다. 이란산 원유에만 의존할 경우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 자칫 수급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지난 2004년 이후 14년만에 7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74.2%를 기록했다. 이달 역시 지난달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비중을 85% 가까이 유지해왔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주·아프리카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량 확보가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은 아시아 지역에 판매하는 원유 가격을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책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미국과 카자흐스탄 등 비중동 원유수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등 중동 리스크와 산유국의 수급 상황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수입선 다변화가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원유수입 시장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는 원유의 공급과잉을 우려, 이달 7일 내년부터 6개월간 하루 산유량을 120만배럴 감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의 이란 제재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이란이 핵개발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이란의 핵협정(JCPOA)을 파기하고 이란의 석유수출을 차단했다. 물론 한국과 일본 등 8개국에 대해 석유 금수조치 예외국으로 인정했지만, 이는 180일간의 일시적 조치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정유사들은 내년 원유 수입을 위한 비중동 오일메이커와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처 다변화에 가장 활발한 기업은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5년부터 멕시코산 원유 수입량을 크게 늘리면서 지난해 중동산 비중을 60%까지 떨어뜨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을 제외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역시 최근 미국과 카자흐스탄 등 비중동 오일메이커 기업과의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지질학적 이슈를 비롯해 원유수입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중동에만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에쓰오일을 제외하고 다른 정유사들 모두 수입처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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