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재직과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진에어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1인을 추가 선임하면 경영문화 개선방안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경영행태 정상화 방안에 부합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규 노선과 항공기 도입 제한을 받는 진에어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투명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하겠다고 국토부에 개선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현재 이사회 구성에 1인 이상의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해야 한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의 조현민(조 에밀리 리) 전 전무가 2010년 3월에서 2016년 3월까지 불법으로 등기임원에 재직하고, 올해 4월 갑질 물의를 일으켜 면허취소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진에어 면허취소로 인해 초래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 면허취소 대신 일정 기간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제재를 내렸다.
이번 제재는 진에어가 청문 과정에서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 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①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의 결재 배제 ②사외이사 권한 강화 ③내부신고제 도입 ④사내 고충 처리시스템 보완)'이 충분히 이행돼 진에어의 경영행태가 정상화했다고 판단될 때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진에어의 경영행태가 정상화됐다고 볼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개선안은 바로 사외이사의 영향력(권한) 확대다. 진에어는 사외이사 수를 이사회의 과반으로 확대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친인척을 배제하고, 법조·회계·항공 등의 전문가가 내년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진에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진에어 이사진은 현재 7명이다. 최정호 대표이사를 비롯해 상무에 종사하는 사내이사 2명,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기타비상무이사 1명, 상법요건을 충족한 사외이사 3명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1명을 더 선임하면 전체 이사회 인원이 7명에서 8명으로 늘어나고, 사외이사 수도 3명에서 4명으로 확대돼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의 이사진 중 상무근무 사내이사는 조현민 전 전무의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오문권 인사재무본부장이 선임돼 있다. 나머지 이사진은 이성환 기타비상무이사가 있으며, 사외이사로는 남택호 지암회계법인 회계사, 박은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곽장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3명이 등재돼 있다.
특히 사외이사로 등록된 박은재 변호사는 지난 5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는 등의 갑질 논란 혐의로 조현민 전 전무가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 출석할 당시 변호인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박 변호사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공사 비리 사건 변호를 맡은 이력도 있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시와 감독 직무를 객관적으로 수행해 경영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등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내부통제의 직무를 이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진에어는 14일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올해 9월 신규 설치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전문성과 주요경력 등을 고려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주총에서 최종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해도 실질적으로 얼마나 독립성을 유지해 제 기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분석2팀 선임연구원은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일정 수준을 갖추고, 상법 요건을 충족한다면 각 기업에서 선임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 "그러나 실제로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활동을 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다. 형식적으로 사외이사를 구성하기보다 기업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에어의 이사회 구조는 베스트 프렉티스(Best Practice, 모범경영)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에 포함돼 있어 사내이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발휘될 수 있는 구조"라면서 "내년 주총을 통해 과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1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더라도 4대4 구조로 사외이사 쪽에 결정권이 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 사외이사 3인과 그룹·계열사의 커넥션이 없다는 전제하에 적어도 2명 이상은 돼야 독립성 요건을 맞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이영훈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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