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국내 증시가 대내외적 리스크에 흔들리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오랜 기간 상장을 준비하고도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난망해진 탓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드림텍은 지난달 30일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지 사흘 만인 이달 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철회 방침을 밝혔다. 이 회사는 오는 16일 상장을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김학섭 드림텍 대표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극심해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잔여일정을 취소하고 기업공개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프라코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자진 철회한 경우다. 지난달 18일 수요예측 참패로 상장 포기 의사를 밝힌 프라코는 즉시 모든 잔여 일정을 취소했다.
이외에도 ▲HDC아이서비스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등이 상장을 포기하면서 공모를 자진 철회한 기업은 올해 들어서만 6곳에 이르렀다.
지난해 공모 철회 기업이 메디오젠 한 곳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모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IPO 시장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증시 부진 속에선 이들 기업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앞서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2000선을 하회했고 코스닥도 700선이 붕괴됐다. 최근 한 달 새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선 무려 260조원 이상이 증발됐다.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수개월 상장을 준비해왔는데 IPO 도중에 증시가 무너지니, 이대로 상장을 하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내부적으로 크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상장 준비 기업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지금 상장을 하면, 오히려 기업 가치가 더 절하될 수 있겠단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달에만 기업 19곳이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등 이례적인 '상장 강행군'이 펼쳐져 공모 철회 기업이 추가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스몰캡 담당 연구원은 "이달 수요예측이 주마다 4.5개, 7.5개, 7개로 이른바 '죽음의 조'라 불릴 만한 일정이 계속된다"며 "짧은 기간 내 수요예측 일정이 몰리게 되면 분산효과로 그 결과는 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 연구원은 "이 경우 공모가는 공모 희망가의 하단 이하에서 확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따금 공모 철회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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