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DA 산업의 대명사인 '셀빅'이 자체 사업 정리로 최종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주주인이 코오롱그룹이 셀빅 청산 방침을 보류한 채 싸이버뱅크와 인수합병(M&A) 협상을 최근까지 벌였지만, 결국 협상이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싸이버뱅크 측은 "인수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오롱그룹은 매각 방침 자체를 아예 철회키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작업을 더 해 봐야 그동안 셀빅에 투자한 230여억원을 회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협상을 할수록 그룹 이미지만 실추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싸이버뱅크 외에 셀빅 인수를 희망했던 A사 관계자는 "코오롱측에서 매각 방침 철회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셀빅은 현재 자산매각위원회에서 연구개발장비만 빼놓고 나머지를 다 처분중"이라며 "연구소만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셀빅은 지난 해 의욕적으로 출시한 스마트폰 '마이큐브'가 SK글로벌 사태, 보조금 금지 법제화 등의 잇딴 악재 여파로 판로가 막혀 극도의 매출 부진을 겪었다. 지금도 완제품 1만대 등 상당량의 재고가 남아 있는 상태다.
코오롱그룹은 셀빅 처리와 관련, 소매사업 철수와 함께 개발팀만 남겨 두는 쪽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고려했던 청산 방안은 일단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체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PDA를 그동안 자사 브랜드로 공급하면서 인지도를 다져 온 셀빅으로서는 이 같은 코오롱그룹측의 조치가 '청산 선고'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코오롱글로텍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이유로 M&A가 무산됐다"며 "셀빅 처리와 관련,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지만 그 중 최종 결정된 것은 R&D 인력만 남겨 OEM, ODM 비즈니스를 영위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 구성된 개발 엔지니어들은 좋은 인력들로 구성됐다"며 "싱글보드 설계, 유무선복합단말기 개발 등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전념케 해 향후 재기를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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