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가 20년 넘게 대표직을 수행하며 책임 경영을 이어가 관심이다.
1990년대 말 벤처 업계에 함께 뛰어들어 이제는 IT 업계 거물이 된 다른 오너들이 경영에 손을 놓거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김택진 대표는 약점이던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에 성공, 엔씨소프트를 지난해 연매출 기준 1조7천억원대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번에 대표에 재선임, 인공지능(AI)과 같은 신 기술을 직접 챙기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30일 성남시 판교 R&D센터 컨벤션홀에서 제 2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택진 대표의 대표이사 재선임(3년) 안건을 처리한다.
주총 통과시 김택진 대표는 오는 2021년 3월까지 대표로서 회사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지난 1997년 엔씨소프트 창업 이후 20년 넘게 대표직을 지키게 되는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업계에는 창업 이후 회장 등을 맡으며 경영에서 한 걸음 물러난 오너들이 많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2006년 일찌감치 대표직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넷마블을 창업한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경우 회사를 매각했다가 2011년 다시 복귀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창업 19년 만인 지난 19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형 인터넷·게임 업체 중 20년 넘게 대표직을 이어가는 오너는 김택진 대표가 거의 유일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게임산업의 급속한 변화와 부침,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시련을 겪으며 직접 경영을 책임지겠다는 남다른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1967년생인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석사 학위를 마쳤다. 엔씨소프트 설립 이전인 1989년에는 한글 워드프로세서 '아래아 한글'을 공동 개발했으며 1996년까지 현대전자에 근무하며 국내 첫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인 아미넷(현 신비로)의 개발 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 박사 과정을 밟던 19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내놓으며 성공 신화의 초석을 다졌다. 한때 야구 선수를 꿈꿨을 정도의 야구광으로 2011년 프로야구단 엔씨 다이노스를 창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던 김택진 대표도 한때 경영권을 위협받던 시기가 있었다. 2015년 불거진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의 분쟁이 그것.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기도 한 두 사람은 2012년 미국의 대형 게임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에 뜻을 모았다. 이후 협력 관계 구축 및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약 8천억원에 인수하며 엔씨소프트 최대 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EA 인수는 불발로 끝났고 예기치 않은 양사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최대 주주에 올랐지만 엔씨소프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넥슨이 2014년 10월 엔씨소프트 주식 0.4%를 추가로 매입, 지분을 15.08%로 늘린데 이어 2015년 1월 단순투자에 경영참여로 투자 목적을 변경하면서 분쟁이 벌어진 것.
결국 김 대표는 넷마블게임즈를 '백기사'로 지분 우위를 확보, 어렵게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같은 해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을 전량을 블록딜(시간외매매) 형태로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3년간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 대표직을 유지하며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를 직접 챙기며 경쟁력을 다져왔다.
특히 AI 분야 투자는 눈에 띄는 대목. 지난 2011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한 엔씨소프트는 2016년부터 AI센터와 NLP센터로 내부 조직을 확대하는 등 AI를 게임과 게임 외적인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두 센터 모두 김택진 대표 직속 조직이다.
김택진 대표는 "아날로그 시대가 프로그래밍 기반의 디지털 시대로 전환됐듯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러닝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엔씨소프트는 AI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빠르게 다가오는 AI시대를 준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주력 분야인 게임 분야 신작도 속속 내놓고 있다. 지금의 엔씨소프트를 있게 한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은 지난해 출시 이후 줄곧 국내 오픈마켓 매출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과 같은 간판급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 모바일 게임들을 시장에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게임업계는 김택진 대표의 리더십에 힘입어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승부수와 이에 힘입어 올해 '2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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