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STX조선해양에 대해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험로가 도사리고 있어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수출입은행 등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8일 회사의 생존가능성이 희박하고 산업적 대안도 부재하다고 판단,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인력감축 및 금융지원을 지속한다고 해도 독자생존 가능성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이날 "현 상태로는 경영활동 지속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회사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자금유출을 동결하고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면 법원의 회생계획안 마련시까지는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성수 행장은 사실상 사망선고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유동성을 봐서는 부도보다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관계를 동결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파산절차인지 회생절차인지 미리 예단하거나 답할 수 없고 이는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성동조선해양의 운명은 정부에서 법원으로 넘어간 셈이다. 법원은 회사의 채권자로부터 법정관리 신청을 받으면 통상 3개월가량 시간을 갖고 법정관리의 합당 여부를 심의한다.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하면 파산절차를 밟고 수용되면 법원이 선임한 법정관리인이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성동조선이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회생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적다. 수리조선소는 오염 물질 발생이 많아 국내에서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 자산매각이나 인수합병(M&A)도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 성사되기 어렵다.
STX조선은 상황이 그나마 낫다. STX조선은 현재 수주잔량이 16척으로 내년 3~4분기까지 일감이 남아있다. 보유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규 수주에 성공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지난달 기준으로 현재 1천475억원 가량의 유동성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회사 측이 다음달 9일까지 고정비용 감축과 자산매각 및 유동성 부담 자체 해소 등의 자구계획과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 등 사업 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제출하지 못할 경우 원칙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결국 STX조선은 한달 내로 인력을 40% 이상 감축해야 한다. STX조선은 이미 꾸준히 인력을 감축해 지난 2013년 8천600여명이던 직원을 현재 1천400여명으로 줄였다. 여기에 600명 가량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조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STX조선해양 노조는 "추가 인원 감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속노조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STX조선은 이미 채권단의 요구로 극단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노조가 할 수 있는 양보는 다 했는데 돌아온 것은 고강도 인원삭감과 법정관리"라고 비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향후 법원이 법정관리의 합당 여부를 심의하는 3개월 동안 경영능력을 최대한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STX조선 역시 노사가 최대한 합심해서 구조조정 등 자구안을 합의해야 하는 등 당분간 구조조정의 여파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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