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데이타↔삼성SDS, '진실 게임' 돌입

'희대의 IT 입찰 반칙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는 '포스데이타의 성명 미상자 고소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성명 미상자'가 소속 회사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도로공사 ETCS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포스데이타가 성명 미상자를 상대로 전파 교란을 통해 업무 방해를 했다며 고소한 사건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진실 게임'으로 흐를 전망이다.

고소인 측은 고소장에다 "피고소인이 전파 교란을 통해 영업을 방해했으며 영상 촬영 및 무선주파수 감지 시스템 등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소인 측은 "현장에 있었지만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진실이 무엇이건, 두 회사 가운데 하나는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고소인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고소인 측의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 않는 '입찰 반칙왕'의 이미지가 씌워질 것이다.

반면, 고소인 측의 주장이 허위라면 이 회사는 입찰에 불리하면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라도 트집을 잡고 늘어지는, 절대 승복할 줄 모르는 '입찰 물귀신왕'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 진실을 가려야 하는 몫은, 현직 대통령 측근은 물론이고 대통령마저도 과감하게 수사하며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는 검찰이다.

'입찰 반칙'이 횡행하고, 그것이 한국의 IT 산업을 좀먹는 '극약'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IT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얼마 전 한국IBM을 중심으로 한 검은 커넥션을 밝혀냈듯, 철저히 수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진실 게임'을 위한 몇 가지 관전 포인트

'진실'은 정확한 '사실 관계'에 의해서 밝혀질 수 있다.

우선, 이 사건 해결의 첫 번째 실마리였던 ▲성명 미상자가 누구인가 ▲그가 현장에 있었는가, 하는 점은 관계자의 시인에 의해 밝혀졌다.

이제 관건은 '그가 거기에 왜 갔느냐'와 '가서 무엇을 했느냐'이다.

이 점에 대해 고소인 측은 '자사의 시험차량과 똑같은 속도로 그가 차를 몰고 갔고, 그럴 때 시험 장비에서 에러가 났다'고 고소장에서 주장했다.

또 '이를 이상하게 여겨 다음 날에는 영상 촬영 장비와 무선주파수 감시 시스템까지 동원해 지켜보았더니 그가 똑같이 행동했고 감시시스템에 교란전파가 감지됐다'고 주장했다.

물론 고소인 측은 검찰에 증빙 자료를 첨부해서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소인 측의 회사는 "그가 현장에 있었지만 전파 교란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고, 그가 거기에 왜 갔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내용이 조금씩 엇갈린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그가 충주 사업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상 그 길을 갈 수밖에 없고 그냥 지나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포스데이타 시험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가본 것"이라고 말했다.

둘 다, 거기에 있기는 했지만, 전파 교란은 안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대 관건은, 확실한 물증이 객관적으로 없거나, 있다 해도 검찰이 그것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고소인 측이 제시한 몇 가지 증빙자료가 피고소인의 혐의를 사실로 증명해낼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대개의 사건에서 '확실한 물증'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또한 엄연히 검찰의 몫이다.

◆도대체 ETCS가 뭐길래...이렇게까지

이번 사건을 불러온 도로공사의 ETCS 사업은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자동으로 징수하기 위한 각종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향후 전체 시장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당초 외국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적외선 방식(2개 업체)과,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주파수 방식(3개 업체) 등 2가지 기술 방식으로 5개 업체가 참여했다. 주파수 방식을 제안한 3개 업체는 모두 기술 평가에서 떨어지고 적외선 방식을 제안한 삼성SDS만 기술 평가에 합격해 지난해 5월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적외선 방식으로 제안했던 한 업체 관계자가 주파수 방식을 제안했던 포스데이타의 시험 시설물을 차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포스데이타는 사고로 테스트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테스트를 다시 하자고 도로공사에 요구했으나 도로공사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포스데이타 등은 감사원,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냈고, 감사원은 감사 결과 적외선 방식으로만 가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두 방식 모두를 고려하라는 권고를 했고, 도로공사가 이를 받아들여 재입찰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재입찰을 위한 테스트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