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 회장이 그간 중견련이 정부 정책 혁신을 위한 공식 논의의 장에 초대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견기업 정책에 대한 '핵폭탄'급 대책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신년 오찬간담회에서 "중견련이 일자리위원회, 4차 산업혁명위원회 등은 물론 정책 혁신을 위한 공적 논의의 장에 단 한 차례도 공식 구성원으로 초청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중견련을 법정단체로 출범시키고 중견기업 정책과 제도를 추진해 온 공무원도, 정치인도 대부분 그대로인데 정책 혁신을 위해 중견기업의 의견을 물어 오질 않는다"며 "불과 1년 만에 매출 636조원, 자산 770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의 경제·사회적 가치와 비전이 완전히 소실됐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견기업계 전반의 복합적인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중견련"이라며 "혁신성장의 성공은 물론,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중견기업의 의견에 보다 귀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기업 총수들과의 호프 미팅, 중소·벤처기업계와의 간담회 등 기업인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가졌다. 그러나 중견기업계와는 공식적인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지난 15일부터 주요 경제단체·노동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중견련과는 별도의 약속을 잡지 않았다.
이렇듯 정부·정치권와의 소통이 줄면서, 중견기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방안 등을 건의할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강 회장이 직접 정부·정치권이 중견기업계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나선 것이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도 현 정부의 중견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준비하고 있는 '중견기업 정책 혁신 방안'에 대해 '핵폭탄급'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 정책 업무가 산업부로 이관된 이후 수많은 점검회의를 통해 관련 정부 부처들과 학계, 기업계가 폭넓게 지혜를 모은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전문기업으로서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략, 전술이 제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8개 부처와 중견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유관기관을 망라한 '중견기업 정책혁신 범부처 TF'를 구성했다. 이후 기존 중견기업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를 토대로 '중견기업 정책 혁신 방안'을 고민해 왔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가 예정됐지만, 올해 초로 발표가 늦어진 상태다.
강 회장은 또 문재인 정부 이후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면서, 중견기업 정책이 중소기업청에서 산업부로 이관된 부분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그간 중견기업 정책이 중기청에 잇을 때는 정책의 기준이 지나치게 예비중견기업, 초기 중견기업에만 집중돼 있었다"며 "이 때문에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가는 기업들이 힘을 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번 정권에서 산업정책의 한 축으로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산업부에 대한 역할 조정도 정부가 산업부에 대해 보다 산업 정책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7월 정부는 중기부 출범과 동시에 중견기업 정책 등 당초 중기청에서 맡던 일부 기능들을 산업부로 이관한 바 있다.
강 회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중견기업계의 견해에 대해서는 "먼저 파이를 키워야 근로시간 단축도 가능하다"며 생산성 향상이 먼저임을 강조했다. 또 "통상임금이든 최저임금이든 법에 산입범위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면 갈등이 없는데 이것이 잘 안 된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기업을 구분하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그간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해 오면서 몇십 년 동안 대기업·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 의해 기업생태계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유지된다면 중견기업이 클 수 없으며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숫자로 기업의 규모를 구분하는 시각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제도상 중견기업은 제조업 기준 자산규모 10조원 미만, 매출액 1천500억원 이상인데 그렇다면 자산규모 11조원이면 무조건 대기업인가"라고 반문하며 "규모에 의한 차별화가 아니라, 공정거래나 가업승계 등 전반적인 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기업의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견련은 '변화된 정책 환경에 맞는 중견기업 관련 법·제도 개선', '혁신성장의 동력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서 중견기업 가치 확산', '중견기업 협력 네트워크 및 회원 서비스 강화' 등을 2018년 사업 추진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특히 중견기업 정책 혁신 방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관기관 협력을 강화하고 중견기업인 책임경영 선언, 지역 중견기업 채용 로드쇼, '중견기업 열전' 발간 등을 통해 중견기업에 대한 합리적 인식 제고에 주력할 계획이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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