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2018년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인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이동해 백화점·대형마트의 성장이 '제로·마이너스' 시대를 맞은 가운데, 올해는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서 단 한 곳도 출점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이른바 '빅3' 백화점은 내년에 새 점포를 출점할 계획이 없다. 백화점 시장은 경기 침체, 소비 트렌드 변화, 유통규제 등으로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지난 2009년 20조 원을 넘어선 후 지금까지 30조 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 중 대규모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찾기가 이젠 힘들어진 상태"라며 "조만간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폐점되는 백화점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 유통업태 중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전통 유통채널은 저성장이나 역신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반대로 복합몰·온라인몰은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백화점들은 2018년에 출점을 하지 않는 대신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끌기 위해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VR(가상현실)·AR(증강현실)·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앞 다퉈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몰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지난 21일 인공지능 챗봇 '로사(LOSA)'를 '엘롯데' 어플리케이션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고, 오는 1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온·오프라인 채널 별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유통 서비스를 상용화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롯데백화점 '로사'가 처음이다. '로사'를 통해 고객들은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양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명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처럼 앞으로는 업체들이 작은 규모의 쇼룸 형태의 매장을 개설한 후 쇼핑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주문은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운영 방안을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며 "큰 규모의 점포들은 고객들의 경험을 높일 수 있도록 체험 시설을 늘리고 이종협업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며 맛집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되면서 2018년 출점 계획을 한 곳도 내놓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2곳에 신규 출점을 계획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를 결정하지 못했다.
업계 1위인 이마트의 경우 매장 수가 현재 145개로, 장안점과 울산 학성점 폐점에 따라 전년보다 2개 줄었다. 이는 지난 1993년 11월 국내 첫 대형마트인 이마트 창동점이 문을 연 지 25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성장세가 둔화된 기존 하이퍼마켓 형태 대신 창고형 할인매장, 전문점 형태의 점포 출점에 속도를 높이고, 온라인몰과 자체 상품력 강화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대량구매를 통한 저렴한 가격, 독보적 자체브랜드(PB) 구축 등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삼고 오프라인 대형점포의 대안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코스트코 한국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 회계년도(2016년 9월~2017년 8월)에 전년 대비 8.7% 성장한 3조8천40억 원의 매출을 거뒀고, 영업이익도 4.7% 늘어난 1천675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역시 지난 10월까지 1조2천526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28.3% 신장했다. 롯데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빅마켓도 같은 기간 기존점 기준 7.3%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이마트 기존점과 롯데마트 기존점은 각각 1.1%, 1.4% 마이너스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매장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2018년에는 업체들이 기존 하이퍼마켓 대신 창고형 할인매장을 좀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기존 점포의 효율성 증대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신선식품 등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점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PB상품 구색을 더 다양화하고 고객 체험을 늘리기 위한 매장 인테리어에도 변화를 많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마트가 지난 7월 서초점에 처음 선보인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을 합친 '그로서런트' 매장이 이에 해당된다.
남흥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신선한 재료를 그 자리에서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 그로서란트 매장이 점포 유입 고객 수를 크게 늘려 앞으로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형마트에 가면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다는 고전적인 틀에서 벗어나,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특화 MD 강화 추세가 2018년에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경우 '노브랜드' 전문점 수를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PB상품을 강화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온리프라이스'를 확장하고 있으며, 홈플러스도 '올어바웃푸드', '싱글즈프라이드' 외에도 PB상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 상태"라며 "가성비를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PB상품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편의점들은 올해도 1인 가구의 증가, 편의 중심의 소비 문화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락 등 간편식품 수요 증가와 PB상품의 비중 확대 등 식품류 매출의 강세도 편의점의 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저시급 인상과 '상생안'을 둘러싼 점주들과의 마찰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최저시급 인상이 어려움으로 꼽히지만, 이는 편의점에 국한된 것이 아닌 자영업자 전반에 걸친 이슈"라며 "편의점 업체마다 최근 상생안을 마련해 완충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업태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면세점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국내 유입에 따라 상황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한중 교류 협력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이 단체 관광객의 한국행을 아직 제재하고 있어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풀린다고 해도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로 많이 빠져나간 만큼 예전만큼 한국을 방문할 것 같지 않다"며 "중국 여행상품 중 전용기, 크루즈, 온라인 판매 등이 정상화되지 않은데다, 시내면세점 포화로 경쟁이 치열한 만큼 2018년도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업계는 2018년에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특허권 입찰 계획이 없어 외형 확장 기회가 사라진 만큼,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2018년 상반기에 롯데는 베트남 나트랑에, 신라는 홍콩 첵랍콕 공항에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해외 진출 외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 오픈에 따른 실적 변화, 공항공사와의 임대료 협상 등이 주요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며 "면세점 특허 5년 법 개정도 2018년에 이뤄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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