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두탁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하려면 근간이 되는 민간 공간정보 산업계의 안정화가 필수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위한 우리나라 입법과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완수 국회의원과 공간정보산업협회(회장 이동희)가 29일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 대응 입법 제안 토론회'에서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산업이라 일컫는 드론과 자율주행의 근본이 정확한 위치정보데이터, 즉 공간정보"라며 "어느 국가든 이 공간정보산업, 특히 일선 현장의 민간 공간정보 산업체가 탄탄해야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입법과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마련해 최근 국회 입법 예고된 '국가공간정보기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개정안은 누가 봐도 민간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공기업을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한다"며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 공간정보 산업계의 뿌리를 뒤흔들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이겨 내려면 기관별 역할 정립부터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국토부는 이번 ‘국가공간정보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제28조(공간정보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및 관리) 6항을 신설했다.
6항에는 "관리기관의 장은 공간정보데이터베이스의 효율적 구축 및 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간정보 관련 기관, 단체 또는 법인에 공간정보데이터베이스구축 사업의 관리와 공간정보데이터베이스의 운영을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에선 이 신설 항목이 국토부가 현재 지적측량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몸집 키우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애초 100여석에 불과한 토론회장에 업계 관계자 1천여명이 몰리는 등 국토부의 법률 개정안에 대한 민간 반발이 거셌다.
'4차 산업혁명의 리더로서 공간정보업계의 역할'을 주제 발표한 김석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도 “공간정보산업의 중요성을 두고, 우리나라 정책 방향은 갈 길이 멀다”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정부는 공간정보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민간 영역 활성화에 최선을 다해 조력해야 한다"며 "LX는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며 사업 확장을 할 게 아니라 신규시장 개척으로 민간 업체와 공생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은 "현재 공간정보와 관련한 3가지 법률이 있는데, 대부분 정부기관의 업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민간과 상호 호환되지 못하면 결국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토론회에서 혁신기술을 갖춘 국내외 기업들은 우리나라 현 상황을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한 목소리로 입법과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태현 한국3M 교통안전·보안사업팀장은 '자율주행 사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의 기본이 되는 자동차와 전자, 통신과 같은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다만, 법규 지원이 미비하고 운행 규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제약도 따른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그룹에서 카카오 택시와 카카오 드라이버(대리운전), 카카오 내비(내비게이션) 등 교통·운수 사업을 분리해 신설된 카카오 모빌리티 황윤익 이사는 "자가 차량 소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앱(App)택시 등 택시 산업이 미래 교통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불법 혹은 규제로 묶여 있는 동승과 탄력요금제, 예약, 카풀 같은 부문을 가능하게 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근본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기붕 국토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국토부는 공간정보와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도시와 같은 4차 산업혁명 대표 산업군의 정책과 입법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국민·기업·학계 의견을 폭넓게 경청해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탁기자 kd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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