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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전 낸드 기술력으로 '승부'


기술협력 관계 강화로 활로 모색, WD와의 동반성장 가능성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해 글로벌 업체들의 이합집산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인수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계 기업에 대한 일본의 반감 정서와 20조원을 뛰어넘는 높은 인수가, 글로벌 공룡들의 틈새를 열어야 하는 SK하이닉스로서는 시련의 연속이지만 기술협력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나선 곳은 크게 5곳이다. 도시바와 지속적인 기술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사모펀드 연합, 대만 홍하이그룹, 일본 정부 주도의 3자 컨소시엄, 그리고 SK하이닉스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사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지난 1월 이사회 결정에 따라 반도체 부문을 분사키로 했다. 지난 3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분사 승인이 결정됐다. 1차 예비입찰은 완료된 상태로 이달 내 2차 추가예비입찰이 진행될 계획이다. 오는 6월 중 우선인수대상자가 선정된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대만 홍하이그룹이다. 업계에 따르면 홍하이그룹은 1차 예비입찰에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해 3조엔(한화 약 31조원)을 베팅했다. 애플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홍하이그룹과 연합전선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렇게 된다면 대만과 중국업체를 꺼리는 일본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지난 4월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한 승부수로 직접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는 두 사람과 모두 친분이 있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홍하이그룹은 미국에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 설립과 다양한 투자 관련 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디지털(WD)는 유력한 인수후보자다. WD는 꾸준하게 도시바와 기술협력을 이어왔다.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투자해 운영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512Gb 64단 3D 낸드플래시를 공동 개발한 바 있다. 최근 WD는 도시바 메모리 경쟁업체 주주 참여를 반대하는 의미로 도시바에게 독점교섭권을 요구했다. 상대방 합의 없이 합작기업을 팔 수 없다는 계약서 조항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브 밀리건 WD CEO는 일본 현지매체를 통해 필요한 자금 조달과 욧카이치 공장 투자 등 장기적인 이익 공유을 약속하기도 했다.

1차 예비입찰에서 소극적이었던 일본 내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일본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일본상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이 각각 1천억엔(한화 약 1조원) 이상을 내놓고, 미국 투자펀드 KKR과 협력을 논의, 3자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도시바 인수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직접 나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 타진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섰다. 그간 인수합병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사장)이 전체적인 판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처분이 끝나자마자 첫 출장지로 일본을 택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도시바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여러 불리한 조건들이 산재해 있다. 대만 홍하이그룹과 같은 막대한 자금력을 쏟아부을 수도 없으며, 기술 유출을 우려해 미국에게 우호적인 일본의 정서 등을 뛰어 넘어야 한다.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SK하이닉스의 강점을 부각시킨다면 승산은 있다. 인수로 가져온다는 의미보다는 기술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강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6조2천895억원, 영업이익 2조4천6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전분기 대비 1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339%, 전분기 대비 61% 오른 결과다.

향후 전망도 밝다. 차세대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 제품 출시로 이어진다. 3D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도시바는 그간 차세대 기술 개발의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7.4%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지만 내용은 부실하다.

도시바는 2015년까지만 해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술력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당시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가 경쟁력이 확보한 업체가 상승세를 탔다. 다만, 그 이후부터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 1분기 20%를 유지했던 점유율이 깨졌다.

사업손실이 계속되면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도 끊어졌다. 경쟁업체가 앞다퉈 차세대 기술 적용을 위한 설비투자를 단행했을 때도 도시바는 지켜보는 데 그쳤다. 도시바도 차세대 기술 개발 완료 소식을 전하기는 했으나 정작 상용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일본의 기술유출 우려는 WD와의 협력으로 돌파 가능하다. 현재 WD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의 중심에 서 있다. 도시바와 수년간 기술협력관계를 공고히 한 WD는 그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와도 협력이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WD의 도시바 인수도 어려운 실정이다. WD는 지난해 미국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170억 달러(한화 약 19조원)를 투자했다. SK하이닉스와 비슷하게 실탄이 많지 않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는 부족한 자금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은 1984년 설립된 사모펀드다. 운용자산 750억달러(한화 약 90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사업 투자도 활발하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가 결렬되더라도 당초 계획대로 낸드플래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딜에 관련해 아직 잘 모른다.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올해 3D 낸드 전환과 관련된 투자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 플래시를 포함해 약 7조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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