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인천공항 면세점은 임차료도 높고 수익성도 낮은데 눈치봐야 할 기업만 더 늘어났어요. 공항 면세점 입찰에 관세청이 관여하는 건 전 세계 최초인 데다 심사기관이 많아 더 혼란스러워졌어요."
최근 면세점 사업자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사업자 선정에서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공동 심사에 나서자 한숨이 깊어졌다. 기존에 인천공항공사만 진행했던 입찰에 관세청이 숟가락을 얹으면서 프레젠테이션(PT)을 두 번이나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PT 준비 관련 비용과 업무 부담만 더 커졌다.
여기에 업체들은 사업자로 선정돼도 문제다. 지금까지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던 사업자들은 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납부 외에 관세청에 특허수수료를 납부해왔으나 그동안 특허수수료율이 매출액의 0.05%로 낮았던 까닭에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특허수수료율이 매출액 규모에 따라 0.1~1%로 인상되면서 높은 특허수수료 부담와 값 비싼 임대료, 법인세까지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힘들게 사업권을 딴 업체들은 결국 면세점을 운영해도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공사와 정부에 바쳐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제2여객터미널 최저수용금액만 해도 DF1이 847억원, DF2가 554억원, DF3가 646억원 수준이다.
업체들은 이것보다 더 높은 임대료 가격을 써내야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만 임대료가 5년치 모두 적용됐던 기존과 달리 이번에는 운영 첫 해만 적용되고 나머지 기간은 출국 객수에 연동해 임대료가 증감돼 부담이 조금 덜하다는 장점은 있다. 현재 5년치 임대료를 모두 적어낸 제1여객터미널(T1) 사업자들은 이에 대한 부담이 커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관세청의 간섭으로 최근 2년간 시내면세점 수가 갑자기 불어나 적자 면세점이 속출하는 마당에 관세청은 이번에 공항 면세점 심사까지 끼어들어 업체들에게 부담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관세청에 대한 불만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이곳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 관행을 깨고 업체들을 더욱 옥죄는데 혈안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권력의 달콤함을 맛본 후 이를 유지하기 위해 공항면세점 입찰까지 끼어들었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번 입찰은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까다로운 절차에 시어머니만 늘어난 상황이 연출되자 외국계 업체들은 이번 입찰에 처음으로 시도조차 안했다. 여기에 패션, 잡화 판매가 가능한 DF3 구역은 임대료가 비싼 탓에 어떤 업체도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아 두 번이나 유찰됐다. 인천공항면세점 대기업 사업자 선정에서 유찰이 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런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사업자 선정을 위한 1차 프레젠테이션(PT)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9일 오후 4시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진행되는 이번 PT는 DF1~2구역을 두고 롯데, 신라, 신세계, 한화 등 대기업 4파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게 될 DF4~6 구역 입찰에는 엔타스, SM, 시티면세점이 도전장을 던졌다. 제2여객터미널로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델타항공, KLM네덜란드항공, 에어프랑스 등 4개 항공사가 이전하는 탓에 이번 입찰에 욕심을 안낼 수 없다.
이번에 누가 사업권을 얻을 지는 아직까지 예측할 수 없다. 이미 관세청이 심사에 참여키로 한 만큼 되돌릴 수도 없다. 관세청이 공항공사의 평가 결과를 반영해 면세점 특허사업자를 최종 선정하는 만큼 양 기관에 잘 보여야 하는 업체들의 신경전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충분한 협의와 준비없이 관세청과 공항공사 측의 '알력 다툼' 끝에 진행되는 이번 입찰 방식이 기존보다 심사가 더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이번처럼 기존의 사업자 선정방식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규제를 바꿔가는 관세청의 만행을 차기 정부는 업계 발전을 위해 방치하지 않길 간곡히 부탁한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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