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유선형의 멋들어진 전투기를 조종하며 적기를 격추하는 슈팅 게임은 90년대 오락실 한켠을 차지하는 인기 장르였다.
실력의 편차도 유난히 컸다. 잘하는 사람은 '원코인 올클리어(100원 동전 하나만 투입해서 게임 끝까지 가기)'를 손쉽게 해내는가 하면 못하는 사람은 첫째 판 보스도 깨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었다. 화면을 뒤덮다시피 하는 적의 탄환을 신들린 솜씨로 요리조리 피하는 고수는 뭇 사람들의 이목을 한 데 이끌 정도의 '스타' 대접을 받곤 했다.
이렇듯 슈팅 게임의 가장 핵심은 '컨트롤'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 같은 슈팅 게임의 기본에 '반기'를 든 게임이 나왔다. 조이맥스가 최근 출시한 모바일 게임 '에어로스트라이크'가 바로 그랬다.
제목만 봐도 '나 슈팅게임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이 게임은 각종 전투기에 올라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재미를 담았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적기의 탄환과, 이에 못지않게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붓는 아군 전투기의 모습, 그리고 먹으면 파워업이 이뤄지는 각종 오브젝트 등은 영락없는 1990년대 슈팅 게임을 연상시킨다.
'에어로스트라이크'는 최신 모바일 게임의 흥행 공식을 고스란히 따랐다. 확률형 아이템을 활용해 전투에 투입할 전투기를 수집하거나 스테이지에 도전할 때 자원을 소모한다는 점, 친구의 전투기를 전투에 초청할 수 있는 점은 앞서 많이 보아왔던 익숙한 풍경.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을 주로 즐겼던 이용자라면 딱히 튜토리얼 없이 곧바로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에어로스트라이크'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동전투가 구현돼 있다는 점이었다. 초반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클리어하다 보면 각종 주요 스킬을 알아서 사용해주는 '오토스킬'이 먼저 개방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정도였다. 그러나 뒤이어 기체의 움직임까지 알아서 조작해주는 '오토무브'까지 주어지자 그야말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어로스트라이크'의 오토무브는 과장을 살짝 보태자면 '알파고' 수준이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탄환을 최소한의 좌·우 움직임만으로 피하고 적기를 물리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1990년대 오락실에서 '원코인 올클리어'를 진행 중인 고수 게이머를 구경하는 기분이랄까.
이건 수 년 전 모바일 RPG에 자동전투가 처음 도입됐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RPG의 자동전투는 재미없는 반복전투 구간을 대신해주는 대리 성향이 강했다면, '에어로스트라이크'의 오토무브는 컨트롤이 핵심인 슈팅 장르의 근간 자체를 바꿔놨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토무브로 인해 전투기 조종 능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변별력을 가리는 것은 결국 '스펙'이 됐다. 남들보다 얼마나 강력한 전투기와 무기, 보조격인 드론을 갖추는지 여부가 '에어로스트라이크'에서의 성패를 가른다는 얘기다. 과거 오락실에서 고수를 보며 손가락만 빨았던 하수도 이 게임에서는 상황 역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슈팅 게임의 근간을 뒤흔든 '에어로스트라이크'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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