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기자] "제4차 산업협명의 물결 속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로 국가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의 지난 2월 국무회의 발언이다. 황 총리는 지난 1월 방송통신인 신년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언급했다. 현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 또는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를 틈 날 때마다 강조했다. 출범 초부터 이름만 다른 창조경제를 줄곧 강조해온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에 국경은 없다. 빅데이터는 국가간 시장의 장벽을 초월해 수집되고 자율주행차, 드론,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와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글로벌 사업자들의 합종연횡도 치열하다. 평평한 세계 위로 울타리가 사라진 세상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장벽이 구축되고 있다.
중국은 1992년 정식 수교 이후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변모했다. 대외교역이 GDP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이다. 그 수출의 25%가 중국을 향해 이뤄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인 ICT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디바이스와 콘텐츠, 소재 및 부품 최대 수출 시장이다. IoT와 5G로 대표되는 차세대 네트워크 및 플랫폼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제휴도 확대되고 있다. 수교 전후 30여년간,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 교류와 협력이 진행된 결과다.
그런데 작년 7월 사드배치 결정 이후로 모든 게 달라졌다. 이번 사드 도입으로 양국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바로 어제까지 '태양의 후예'에 열광하던 중국인들이 한국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중국이 사드배치를 빌미로 경제보복에 나섰고, 한국은 기어코 사드(THAAD)를 들여왔다. 4차 산업혁명을 그토록 강조하던 황교안 총리가 이달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슨 통화를 했는지 알 길은 없다.
황 총리를 위시한 사드 찬성론자들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북핵을 억제할 유력한 요격 수단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한중간 경제 자체, 전 국민과 기업이 감수해야 할 막대한 피해 자체 또한 안보의 핵심 요소다.
21세기 안보의 개념은 과거 군사적 대응 위주의 전통적 안보에서 경제, 환경, 보건, 보안 등 많은 영역을 포함한 포괄적 안보로 변하고 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국경을 넘어선 수많은 실험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홀로 냉전을 수행 중이다. 이 자체로 한국 안보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 탄핵 심판과 차기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모든 이슈들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사드 도입에 대한 담론도 정치권의 책임 공방으로 맞춰지고 있다. 정부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고 정치권은 정쟁에만 열중하는 모양새다.
대중국 수출 종사자들과 ICT 업계는 절박하다. 사드 배치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손실에 대해 정부와 주요 대선주자들은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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