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헌법재판소 결정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과 대립을 더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원심력으로 작동할지 우려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철회'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 가운데 헌법을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가 취재 인터뷰 중 기자에게 한 말이다.
헌재는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뒤 "탄핵심판 중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속도전'을 예고했다.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이 길어지면 국정 공백도 지속되는 만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헌재의 였다.
이후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접수하지 않는 등 지연전략을 펴자 '송달간주' 처리했고,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 두 차례에 걸쳐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며 재판에서 다룰 핵심쟁점과 증인·증거채택 등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 당장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을 두고 며칠 째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뒤에 있는 국회 탄핵소추인단과 헌재간 '짬짜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공격까지 감행하고 있다. 헌재가 부인하고 소추인단 측이 해명하고 나섰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탄핵심판 증인·증거 채택을 두고는 지난달 27일 정형식 재판관이 "국회 회의록이나 국회 청문회에서 발언을 한 사람이 있으면 굳이 중복해서 (증인 신청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한 것이 윤 대통령의 반론권에 대한 제한시도로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재판부가 결론을 예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현재 대한민국은 두 동강 난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도 33%로 집계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응답률은 22.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목적은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탄핵 국면에서 발생한 국민 혹은 정치 진영 간 갈등·분열을 해소해 대한민국을 다시 화합시키는 데 있다.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원하는 30%가 넘는 국민도 심판 결과에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공정한 절차'가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심판은 접수 후 180일 안에만 결론이 나면 된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을 정치권의 여론전에 떠밀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서는 안 된다. 그 후유증은 반드시 뒤따르게 될 것이다. 헌재와 재판부는 어느 때보다도 정치로부터 독립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 첫 걸음이 절차적 정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래야 법치가 살고 나라가 산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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