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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같은 불황, 다른 생각" 철강업계 동상이몽


中 저가 물량 두고 공정 체계 따라 이해관계 엇갈려
철강업계 직면한 악재에 동일 목소리 내기 어려운 구조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같은 침상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의 '동상이몽'이 국내 산업계에서 펼쳐지고 있다. 국가 기간 산업인 철강업계 얘기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난항에 직면했다. 직접적인 수요처인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등 대외 변수 역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특히 중국산 저가 물량 공습은 상황이 심각하다. 실제 데이터부터가 그렇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753만5041톤(t)으로 지난 2022년(675만5759t) 한 해 물량을 넘어섰다.

그런데 중국발 악재를 두고 철강업계의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엇갈린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한 바 있다. 자국 내수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저가의 중국 물량이 국내 시장을 교란한다는 것이다. 열연강판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양대 고로(용광로) 운용사가 주로 생산하는 제품이다.

반면 후공정 기업인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과 같은 기업은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조달해 오는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기업은 중국 저가 물량이 반갑지 않지만, 오히려 후공정 기업은 열연강판을 염가에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심 반덤핑 관세를 바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공정에 따라 이해관계가 극심하게 엇갈려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이렇다보니 국내 철강업계의 이익을 대표하는 한국철강협회 역시 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발표하지 못 하고 있다. 후공정 기업과 열연강판 기업 모두 회원사이기 때문이다. 고차원방정식을 풀어야하는 철강업계의 난제다.

더욱이 철강업계가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조선업계와 후판가격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해를 넘겨 진통을 겪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책에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외려 감정의 골이 깊어질 공산이 크다.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없는, 어느 한 쪽이 정답인 문제가 아니다. 다만 대승적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표류하고 있는 현재의 정국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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