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와 유럽연합(EU) 연구혁신총국(DG RTD, Directorate General For Research and Innovation)은 우리나라가 지난 1일부터 세계 최대의 다자 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호라이즌 유럽은 유럽연합(European Union)이 2021~2027년 총 7년 동안 955억 유로(약 140조원)를 지원하는 EU 최대이자 세계 최대의 다자 간 연구혁신(R&I, Research and Innovation)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 1일부터 비유럽 지역 국가 중 뉴질랜드,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 아시아지역으론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으로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호라이즌 유럽 세부 분야(Pillar) 중 ‘글로벌 문제 해결’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Pillar 2’에 한정해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
올해 상반기에 공개될 예정인 Pillar 2 워크프로그램(Work Programme) 2025에 따라 공고되는 2025년도 과제부터 준회원국 연구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연구자가 EU 연구자와 동등하게 호라이즌 유럽 연구과제에 참여할 수 있다. 준회원국 가입 전 우리나라 연구자는 제3국 연구자로서 직접 호라이즌 유럽 과제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른 회원국‧준회원국 연구자의 초청에 따른 파트너 기관(Associated Partners)으로만 참여할 수 있었다.
우나라가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우리나라 연구자들도 EU 연구자와 동등하게 총괄기관(Consortium Coordinator), 주관 참여기관(Participant) 등으로 참여할 수 있다.
별도의 국내 선정평가 과정 없이 호라이즌 유럽 과제 선정평가만으로 직접 호라이즌 유럽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 제3국 연구자는 호라이즌 유럽 예산 활용이 허용되지 않아 파트너 기관으로 참여한 우리나라 연구자는 국내 연구개발 과제 등을 통해 연구비를 자체 조달해야 했다.
2025년부터는 준회원국 가입에 따른 재정 기여를 통해 우리나라 연구자들도 호라이즌 유럽 연구비를 직접 활용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호라이즌 유럽 프로그램 위원회(Programme Committee)에 참관인(Observer)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위원회는 호라이즌 유럽 워크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 기구로 준회원국들은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해 앞으로 진행될 과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과제 기획과 관련된 각국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유상임 장관은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은 과학기술 선진국인 유럽과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의 협력 국가․방식을 다변화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우리나라 연구자가 유럽의 우수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 방침에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지즉부터 나왔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우리나라의 호라이즌 유럽의 준회원국 참여에 대해 “연구개발에 있어 새로운 소스와 새로운 시스템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해 우리나라는 R&D 예산 삭감을 경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R&D 예산이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줄면서 연구자들도 국가연구개발 사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양성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호라이즌 유럽은 중장기적으로 운영되고 파트너십을 만들면 지속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가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하면 많은 부분 고치거나 혹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여성 연구원이 있어야 하는 등 여성 평등 등에 대한 젠더 이슈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 같은 간극(차이)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R&D 시스템에 대한 개편 작업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NCP(National Contact Point, 국가연락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NCP는 일종의 우리나라와 유럽연합을 연결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라며 “과기정통부 담당관, 정부출연연구소 박사, 대학 교수 등이 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과 협력하는 부분에서 NCP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국가적 전략 차원에서 처우와 보상 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 주문했다. 이 박사는 무엇보다 ‘왜, 어떻게, 무엇을’ 유럽연합과 협력할 것인지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이웃 나라와 적극적 협력을 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며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새로운 협력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데 유럽연합이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어떻게, 무엇을’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협력할 것인지를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4년부터 유럽연합은 연구혁신 프로그램(Framework Programmes, FP)을 진행해 왔다.
호라이즌 유럽은 2027년까지 진행하는 제9차 FP이다. 이 박사는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유럽과 협력하면서 그 이후 즉, 10차 FP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박사는 “호라이즌 유럽은 중소기업 등 기업의 참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이유로는 기업의 참여를 통해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며 “호라이즌 유럽에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박사는 “호라이즌 유럽은 과기정통부만의 일이 아니라 산업부, 중기부, 복지부, 농식품부, 교욱부 등 전 부처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국가적 화두”라며 “범부처 이슈를 다루기 위해서는 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있는 글로벌R&D특별위원회를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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