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2구역 재개발 순항할까?…조합-성당 화해 '기로' [현장]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재정비촉진구역(북아현2구역) 재개발사업이 다시 순항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게 됐다. 조합과 일조권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아현동성당과 합의안을 마련, 총회에서 조합원 선택을 받기로 하면서다.

이달 열리는 총회에서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2022년 서대문구로부터 받은 사업시행변경계획인가가 취소될 위기까지 치달았던 재개발사업은 추진 속도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아현동성당은 최근 북아현2구역 조합에 2024년 기준 새 성당 신축비 187억원을 지불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 요구안을 보냈다. 이에 조합은 이달 23일 총회를 열고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합의안이 총회를 통과하면 재개발사업 이후 성당의 위치는 사업계획에 따라 조합이 결정하기로 했다. 동시에 성당은 "합의안이 조합총회에서 가결되면 성당은 서대문구청과 조합을 상대로 제기했던 모든 소를 취하한다"고 공문을 통해 입장을 확인했다.

북아현2구역 재개발은 북아현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9층, 28개동, 2320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시공사는 2020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DL이앤씨로 선정한 바 있다. 2022년 사업시행변경계획인가를 받은 후 존치 구역인 아현동성당과 소송전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았다.

성당은 아파트가 지어지면 일조 시간이 줄어들고 도로가 신설될 경우 성당 피난 계단 부지 일부를 침범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1심에서 조합이 승소했는데, 12월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이후 조합은 성당에 공문을 보내 과거 성당 미사를 방해했던 일에 대해 사과하는 동시에 협의를 요청했다. 이에 아현동성당은 조합에 합의안을 전달하며 갈등이 봉합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조합 관계자는 "성당과 합의가 될 경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일반적으로 관리처분인가에 5~8개월 소요되는 만큼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당과 조합이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조합원들도 큰 부담을 덜게 됐다. 서울 중심부 대규모 사업장이고 서울 지하철 2·5호선이 지나는 충정로역과 2호선 아현역 역세권이라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소송전에 발목이 잡혀 사업기간이 길어진 탓이다. 현재 구역 프리미엄은 8억원 초중반선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2심 판결 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자 급매물을 내놓으려는 집주인들이 있었다"면서 "빠르게 조합과 성당이 합의하면서 조합원들도 안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B씨는 "이전까지는 문의가 가끔씩 있었는데 2심에서 조합이 패소한 이후 문의가 뚝 끊겼다"면서 "초역세권인 만큼 소송전이 마무리되면 구역 내 매물의 가치가 더 오르고 문의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변수는 더 있다. '1+1주택 소송'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행보다.

앞서 조합은 일부 조합원이 원할 경우 주택을 2가구 받을 수 있는 '1+1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는데, 지난해 1월 총회에서는 대형 평형을 분양받도록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기존 1+1 주택을 신청한 조합원이 반발하면서 조합과 소송으로 발전한 상태다. 소송전이 길어질수록 사업지연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비대위가 이달 25일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해임하겠다고 나선 것도 사업 속도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지목된다. 구역 곳곳에 비대위는 해임총회 안내문을 붙여 놓고 조합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성당과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상황을 만든 조합의 문제가 크다"면서 "25일 조합장과 집행부 해임총회를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C씨는 "23일 조합이 추진하는 임시총회 이후 이틀 만에 비대위의 해임총회가 열려 각 조합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