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브랜드라도 안 봐준다"⋯무신사의 냉혹한 대응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지난해 말 자사 스토어 내에서 각종 이슈로 정책을 위반한 국내 브랜드 '라퍼지스토어'를 최종 퇴점시켰다.

3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달 27일 공식 뉴스룸을 통해 오는 4월 1일부로 주식회사 슬로우스탠다드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라퍼지스토어를 무신사와 29CM에서 공식 퇴점 조치한다고 공지했다. 무신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라퍼지스토어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새해부터 29CM에서도 모든 상품 리스트를 삭제했다.

해당 브랜드가 퇴점 당한 이유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안전 거래 정책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위과장광고', '디자인 도용' 등을 3회 이상 위반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워크자켓 부자재 위조품 사용 △패딩 점퍼 디자인 도용 △패딩 점퍼 충전재 혼용률 허위광고 등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브랜드 정책 위반 사실을 파악한 직후부터 진행 경과와 조치 결과 등을 모두 공개했다. 특히 라퍼지스토어를 운영하는 슬로우스탠다드는 무신사가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브랜드다. 투자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위반 사항, 최종 처분 등을 대외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상품 위탁 판매와 거래 중개가 핵심인 이커머스에서 사업자를 퇴점시킨 가운데, 모든 과정을 공개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입점 브랜드가 논란이 되면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무신사는 브랜드명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퇴점 이유와 배경도 투명하게 공개한 점은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 측은 중개 플랫폼으로서 소비자 신뢰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2023년 8월부터는 패션 생태계 활성화와 브랜드 보호, 고객 신뢰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입점 브랜드의 디자인 도용이나 상표권 침해 문제를 다루는 외부 독립 전문기관으로, 1년간 100건 이상의 제보를 처리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커머스 대부분은 입점 브랜드 혹은 판매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자와의 비공식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신사는 태생적으로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간의 정보 공유를 돕는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고객 마인드'를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