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연말연시 특수를 꿈꾸던 유통가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로 가뜩이나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하며 복합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연초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 속 유통업계는 시름에 잠긴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가는 오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자 신년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있다. 먼저 신세계백화점은 외벽 광고판과 배너에 신년 세일 관련 홍보를 진행하지 않는다. 당초 오는 5일까지 진행하려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팝업스토어 이벤트도 일주일 뒤로 연기했다.
이마트는 2025년 새롭게 선보이는 대규모 할인 행사인 '고래잇 페스타'를 예정대로 1일부터 5일까지 진행하되, 홍보는 최대한 축소할 방침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전 지점이 정상 영업하지만, 추가적인 프로모션 등은 자제한다. 주요 편의점도 신년을 맞아 계획했던 행사 홍보 계획을 뒤로 밀었다.
유통가에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매출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통사들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올해 내내 부진을 겪으며 연말연시 대목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여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귀띔했다.
통상적으로 대형 참사 이후에는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경향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다음 달인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6로 전달(88.8)보다 2.3p 떨어졌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 기대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내수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지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100.7에서 88.4로 급락하면서 이태원 참사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매유통시장 성장률도 비관적이다.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를 보면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4%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왔다. 이는 지난해 성장 전망치 1.6%에 비해 4분의1 수준으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신년에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 감축을 위한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앞서 롯데는 이커머스 롯데온과 롯데면세점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세계도 이마트가 창립 첫 희망퇴직을 받은 이후 SSG닷컴과 면세점의 몸집을 줄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안타까운 사태로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로서는 미칠 영향을 지켜보면서 이후 실적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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