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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농협중앙회 낙하산 인사에 백기 들었다


금산분리 위반이라더니 특수성 인정하며 꼬리 내려
부당 또는 과도한 개입 알면서도 제재 못 하는 촌극
이번 인사로 중앙회의 금융 부문 강제력 더 세질 듯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시군 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에 따라 내부통제 통할 체계가 취약해질 소지가 있다.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을 개선토록 지도하겠다." (2024년 4월 24일)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농협금융지주 정기 검사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로부터 내려오는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그러나 칼은 뽑지도 않았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권 개입 연결고리를 찾았지만, 특수성을 용인하기로 하면서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금융감독원은 농협중앙회가 비공식 채널로 농협금융지주와 자회사 협의에 참여하고,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중앙회의 인사 조정위원회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지주와 자회사의 집행 간부 등 후보 결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적발했지만, 지난 10월 21일 개선 요구에서 마무리했다.

이때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의 지주에 대한 부당한 인사 관여"라는 표현을 쓰며 부당 개입을 시인했으면서도 농협금융지주에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태도를 바꿨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21일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범농협 지배구조를 강력하게 지적했지만, 이달 20일에는 "농민이라든가 농업에 대한 어떤 중요성이라든지 이해도 내지는 그 산업의 특성을 아시는 분이 NH를 운영하는 게 맞는다"며 유턴했다.

금감원이 특수성을 들어 농협중앙회의 부당한 인사 개입을 사실상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 강도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이석용 농협은행장을 이을 새 행장 후보로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을 내정했다.

강 부사장은 강호동 회장의 심복으로 전해진다. 강 회장이 농협중앙회장을 지내기 전부터 인연이 있다. 농협중앙회 사정에 밝은 금융권 한 관계자는 30일 "강 후보자는 강 회장이 중앙회장에 오르기 전부터 그를 지지했던 인물로, 강태영 부사장의 농협은행장 내정은 이미 내부에서 파다할 정도였다"라고 귀띔했다.

책무구조도를 반영한 새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도 비상임이사를 통한 농협중앙회 인사권은 그대로 살려두며 개입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농협은행장 선출 때도 서석조 북영덕 조합장이 비상임이사로 참여했다.

이러다 보니 농협금융지주와 자회사에선 조직 문화와 관련해 불만이 적지 않아. 익명을 요구한 농협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실력보다는 누구에게 형 동생 하며 줄을 잘 서는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위기가 강해 혁신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있지만,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어떤 법률도 예외로 적용하는 농협법의 특수성으로 손을 쓸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감독 당국 고위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와 자회사의 승계 절차에 문제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지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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