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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피임약 '노레보' 약국판매 전격 허용


식약청, 의약품 재분류 결과 발표…일반약→전문약 273개, 전문약→일반약 212개

[정기수기자] 사후피임약인 '노레보 정'의 약국 판매가 허용됐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약국에서도 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국내 완제의약품 3만9천254개 품목 중 총 6천78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번 의약품 재분류로 전환되는 품목은 전체 의약품의 1.3%에 해당하는 총 526개 품목으로 이 중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되는 품목이 273개,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품목은 212개다. 이밖에 효능·효과에 따라 전문·일반으로 동시분류되는 품목이 41개다.

의약품 재분류안에 따르면 가장 논란이 됐던 사후피임약인 노레보는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사전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재분류됐다.

또 시민단체가 사후피임약과 함께 재분류를 요구했던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동시분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우선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전문약은 사후피임제인 노레보정(성분명 레보노르게스트렐)를 비롯해 위장약인 잔탁75㎎(성분명 라니티딘), 알레르기성 비염치료제인 로라타딘 정제, 무좀치료제인 아모롤핀염산염 외용제 등 총 212개 품목이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노레보정 등 긴급피임제는 이미 의약선진외국 8개국 중 5개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다"며 "사전피임제에 비해 주요 성분인 레보노르게스트렐이 10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으나,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 후 1회만 복용해 심각한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거의 없어 일반약으로 전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청소년 등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 등 관계부처와 함께 긴급피임제의 오·남용 방지대책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잔탁 등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도 부작용 발현양상 등에 특이사항이 없고 국내·외 충분한 사용경험 축적돼 일반약 전환에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식약청은 또 부작용 관리를 위해 의사의 지시·감독이 필요한 어린이용 스코폴라민 패취제(어린이 키미테 패취)와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유 복합 정제(사전피임제), 적응증상 의사의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우르소데옥시콜산 200mg 정제(우루사정 200mg 등) 등 273개 일반약은 전문약으로 전환키로 했다.

장기간 사용에 따른 내성 발현 우려가 있는 여드름 치료제인 클린다마이신 외용액과 역가가 높은 스테로이드 외용제 역시 전문약으로 전환됐다.

이 밖에 효능·효과에 따라 전문·일반약으로 동시분류되는 의약품은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전문 : 각결막상피장애·일반 : 눈의 습윤), 파모티딘 10밀리그람 정제(전문 : 위·십이지장궤양·일반 : 속쓰림), 락툴로오즈, 락티톨 산제·시럽제(전문 : 간성 혼수·일반 : 변비) 등 41개 품목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동시분류는 의약품 사용의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도록 동일 성분·함량·제형 의약품을 효능·효과 등을 달리해 전문과 일반으로 각각 분류하는 제도로 이미 미국, 영국, 스위스, 일본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식약청은 이번 의약품 재분류안을 각각 20일의 열람기간 및 10일의 의견제출 기간을 둔 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말 확정할 계획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다만 피임제 분류의 경우에는 과학적 판단 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만큼 공청회 개최 등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앞으로 의약품 허가 갱신제도를 도입해 5년마다 의약품 분류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소비자단체, 의·약단체 등의 분류변경 신청시 수시로 분류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전국 20개 종합병원의 지역약물감시센터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을 통해 국내 의약품 부작용 정보의 수집·분석·평가를 더욱 체계적으로 수행해 선진적인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의 일반약 전환 등 이번 의약품 재분류와 관련, 오남용 우려와 무분별한 성관계를 이유로 들어 강력히 반대해 온 의료계와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향후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든 의약품 중 오남용의 우려가 가장 큰 약 가운데 하나가 사후피임약"이라며 일반약 전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학회 등은 "사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될 경우 사전 피임에 소홀해 오히려 낙태 위험이 늘고 콘돔 사용 감소로 성병이나 여성 골반염 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톨릭 역시 사후 피임약은 단순 피임약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낙태약'이라며 일반약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천주교 청주교구 생명위원회는 "사후 피임약 복용은 낙태 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이라며 "편리성을 이유로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식약청이 여성 건강과 생명 문화 정착보다 약계의 영업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라고 보건당국을 비난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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