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12.3 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최종 선고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추가 권한 행사가 불가하게 됨에 따라 더 큰 국정 혼란은 일단 막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8년 만에 다시 발생한 대통령 궐위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고 전날 보고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탄핵안은 가결됐다.
지난 7일 열린 1차 탄핵안 표결은 투표수 부족으로 불성립 폐기됐다.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린 2차 탄핵안 표결이 가결된 것은 '투표 불참'에 대한 비판 여론에 직면한 여당 의원들이 전원 표결에 참여했고, 이 중 12명의 의원이 '부결 당론'에서 이탈해 가결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앞서 여당에선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한지아·김재섭·진종오 등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의원 7명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날 범야권(192명) 제외 12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걸 감안하면, 5명의 여당 의원이 추가로 찬성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 기권표 3표와 무효표 8표까지 포함하면, 여당에선 최대 23명이 '반대' 당론을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이날 저녁 국회가 송달한 탄핵소추안 의결서를 수령하면,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선고 전까지 즉각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정지된 윤 대통령의 직무는 헌법 제71조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행한다.
12·3 계엄 사태 발발 이후 윤 대통령 탄핵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 가결 직후 입장문에서 "탄핵안 가결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윤석열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태 전모가 밝혀지고,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 인용을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다시 맞닥뜨린 국민의힘은 침울한 분위기다. 당은 탄핵안 가결 직후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날 표결 결과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이탈표가 다수 발생한 만큼, 의원 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가 한 대표를 향해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의총장에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최종 결정한 친윤계 권성동 원내대표가 '가결' 책임을 지고 거취를 의원들에게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장동혁 최고위원과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은 '탄핵을 막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자당 의원들을 향한 노골적인 비판도 나왔다. 역시 친윤계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탄핵 가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탄핵을 찬성하고 나서면 자기만은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 착각하는 우리 당 소속 몇몇 의원님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헌재 선고 전까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직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어려운 시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탄핵안은 가결됐지만, '12·12 계엄 사태' 여파는 한동안 정치권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수행하게 된 한 총리는 계엄 사태 피의자로 전환돼 국가수사본부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또 야당에서 그에 대한 탄핵안 추진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원활한 직무대행 직책 수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당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대표 역시 1차 탄핵안 부결 '질서있는 대통령 퇴진'을 이야기하면서 리더십이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말이 나온다. 또 당내 다수인 친윤계가 한 대표를 향해 '탄핵 가결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을, 그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민주당은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내며 '정권교체' 1차 관문을 돌파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대표가 여전히 '사법리스크'에 허덕이는 것은 변수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