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 새판 짜자]① 미디어 지각변동


정부 '로드맵' 속 시장재편 되나…꺼지지 않은 M&A 불씨

[아이뉴스24 조석근기자] 지난해 방송통신 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인수합병(M&A)이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이른바 이동통신 1위와 케이블TV 1위 결합이라는 초대형 M&A가 무산된 이후로도 국내 미디어 시장의 새판짜기 시나리오는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IPTV와 일부 케이블TV 업체들 사이에서 M&A를 향한 물밑 움직임 역시 여전한 것.

더욱이 정부가 지난 연말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내놓으면서 향후 경쟁구도 및 규제 개편 방향 및 속도에도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번에는 정부가 케이블TV 78개 권역과 점유율 33% 합산규제 폐지를 미뤘지만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 등 각각 칸막이로 구분된 시장의 소유겸영 규제 폐지 등 구조개편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국내외 방송통신 시장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면서 정부는 물론 업계의 변화 목소리와 위기의식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넷플릭스 등 모바일과 TV의 전통 매체간 장벽을 허문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공략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국내 유료방송 업계는 여전한 콘텐츠 부족, 저조한 가입자당 매출 등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탓에 새해에도 유료방송 시장에는 자발적 구조조정 등 이른바 새판짜기 바람이 거셀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유료방송 새판짜기' 정부 로드맵 현실화되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이번 '유료방송 발전방안'이 방통 업계 M&A 논란에 불씨를 제공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IPTV와 케이블TV가 동일한 상황에서 경쟁하도록 유도한 큰 틀의 정책 취지 때문이다.

당초 미래부가 케이블TV 권역 폐지와 합산규제를 개편하려 한 것도 공정위가 채워둔 M&A 빗장을 열기 위한 일환의 하나.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의 권역별 독점을 이유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불허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78개 권역 폐지는 2018~2020년께 케이블TV의 디지털 전면 전환 이후 재검토하는 것으로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케이블TV 업계 반발이 거셌던 탓이다.

또 현재 33%로 묶인 합산규제 역시 2018년 일몰을 앞두고 연내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재 일몰시기 연장과 함께 합산규제 상향 조정, 폐지 또는 폐지 시 33% 이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의무 부과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무엇보다 권역폐지라는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 또 소유겸영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은 결국 유료방송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대목.

실제로 이번 방안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원칙으로 매체별 차별적 규제를 없애고 유료방송을 사실상 전국 규모 가입자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으로 보고 경쟁 촉진에 무게를 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가령 이번 방안으로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로 각각 구분된 사업허가권은 '유료방송'으로 일원화된다. 또 위성방송의 케이블TV에 대한 33% 지분제한도 사라진다. 이미 IPTV와 위성방송, 케이블TV와 IPTV, 케이블TV와 위성방송간 소유겸영 제한 규정이 없는점을 감안하면 유료방송 사업자간 지분제한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또 합산규제가 2018년 6월 일몰 이후 상향되거나 폐지될 경우, 유료방송 1위업체인 KT도 추가적인 M&A 등 사업확장을 시도할 여지가 가능해 졌다. M&A를 통한 유료방송 업계 구조조정의 제도적 빗장은 열린 모양새다.

정부는 향후 IPTV와 기타 방송으로 구분된 규제를 통일하는 통합방송법 제정에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무산되면서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현재 유료방송은 가입자 포화로 시장이 정체, 새로운 성장동력 및 시장창출을 위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꺼지지 않은 M&A 불씨 … 시장은 '정중동'

지난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불발된 이후에도 케이블TV 중심의 M&A 가능성은 여전하다. 인수를 하려는 쪽도, 매각하려는 쪽도 현재 구조로는 성장을 이어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통신시장도 이통가입자의 경우 지난해 6월 기준 6천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체 인구보다도 20%가량 많은 수준. 더욱이 2015년 기준 이통 3사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매출액(ARPU)는 3만6천331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1% 줄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감소세가 이어진 것으로 추산되는 등 이대로라면 성장판이 닫힐판이다.

통신 3사가 미디어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동영상 시청 증가에 따른 데이터 사용량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입자 1인당 월평균 LTE 데이터 사용량은 5.3GB로 1년새 34%나 늘었다. 이처럼 급증하는 트래픽의 60%가량은 동영상 시청에 따른 것. 통신 3사가 모바일과 IPTV를 결합한 미디어융합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통신 3사의 IPTV 역시 상대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기준 3사 가입자는 1천230만명으로 전년보다 15.8%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ARPU는 1만5천999원으로 9.4% 가량 늘었다. 지난해에는 여기서 6% 가량 추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인터넷과 묶은 결합상품으로 케이블TV 가입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데다, VOD 콘텐츠 판매가 급증한 재미를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SK브로드밴드와 이를 합병하려 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모바일과 IPTV, 케이블TV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투자와 전략에 집중해 온 것. M&A에 성공했다면 합병 법인 가입자는 총 740만명으로 단숨에 유료방송 2위로 올라선다. 1위 KT(KT 스카이라이프 합산 830만명)와 한판 대결도 가능한 것.

또 이번에 권역폐지 등에 반대했던 케이블TV업계 역시 당장은 그 포화를 피했으나 결국에는 방송통신 융합 추세속 M&A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장 성장은 꺾인 데다 결국 통신사 IPTV와 경쟁하려면 관련 플랫폼을 확보하거나 덩치를 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2천800만명 수준으로 이미 전체 가구 수 2천100만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가입자 포화로 유료방송 시장 성장이 날로 둔화되고 있는 것. 특히 같은 기간 케이블TV 가입자는 1천373만명으로 IPTV와 위성방송 합산 가입자(1천445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가입자 규모에서 밀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필두로 케이블TV 매출도 지속 하락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케이블TV 업계 전체 매출은 2조2천590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업계 평균 ARPU도 7천871원으로 3% 줄었다.

IPTV와의 싸움이 날로 힘들어 지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등과 같은 글로벌 사업자, OTT 공세는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보듯 모바일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막강한 글로벌 플랫폼 시대 경쟁의 관건은 역시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플랫폼에 직접 제작한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과 함께 차별화된 콘텐츠가 방송과 통신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CJ그룹이 CJ헬로비전 매각을 추진했던 것도 이 같은 신규, 또는 대형 사업자의 출현과 콘텐츠 소비기반 확대라는 측면에서 SK 측과 상호 이해가 일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매각에 실패한 뒤 CJ 측이 오히려 추가 M&A에 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콘텐츠를 앞세운 플랫폼 경재력 강화라는 전략 변화로 읽힌다. 통신사 외에 케이블TV 업계도 M&A의 주체로서 말 그대로 '덩치 키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성춘 KT 경제경영연구소 방송정책TF팀장(상무)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모색중인 이통사업자들에게 현재로선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영역이 방송 분야"라며 "미국과 유럽 등 미디어 선진국에서 통신업체들과 유료방송간 M&A가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은 해외 시장과 달리 케이블TV와 IPTV가 모두 저가 상품화되면서 빈약한 경쟁력을 노출하고 있다"며 "이같은 시장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막강한 콘텐츠로 무장한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앉은 채로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M&A만 답? 매체별 균형발전 시각도

이 처럼 통신 3사의 미디어 플랫폼 확대 의지가 여전하고, 일부 케이블TV 업체들도 퇴로를 모색 중인 상황에서 탈출구는 역시 M&A밖에 없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형태의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조정에 부정적 시각도 있다. 지역채널로서 케이블TV 역할 등과 함께 IPTV 위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될 경우 일부 통신사의 독과점 등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통시장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 과점 구도가 방송시장에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에 대한 요금인상, 지역방송 기반의 쇠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M&A가 무산된 이후 통신 및 케이블TV 업계가 보유한 플랫폼의 고도화 및 경쟁력 강화 등에 나서고 있는 것도 변화라면 변화.

실제로 SK텔레콤은 물론 KT, LG유플러스는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결합, 국내외 신규 콘텐츠 확대, VR 및 UHD 등 차세대 콘텐츠 투자 등 IPTV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핵심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업계대로 IPTV와의 경쟁을 선언하고, 업계 공동의 경쟁력 강화 방안, 이른바 '원케이블' 전략을 마련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통신사와 같이 이통 서비스와 케이블TV를 묶은 결합상품 도입에 나선 한편, 오는 2018년까지 현재 40% 수준인 아날로그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하는 등 투자에도 나선다.

김희경 한림대 ICT 정책연구센터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이 일부 대형 사업자들로 재편될 경우 CJ E&M, 지상파 3사 등 프로그램 공급자들의 콘텐츠 대가 협상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국내 방송시장 전체에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성진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월 경주지진 당시 지상파의 외면 속 케이블TV 지역방송에서 가장 먼저 재난상황을 보도했다"며 "구조조정이 지역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불러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의 78개 권역 중심의 지역 독점사업자로 커온 케이블TV로서는 전국 사업자인 IPTV와의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케이블TV 업체들은 1995년 출범 이래 전국 78개의 각 권역을 기반으로 방송 서비스를 독점 제공해왔다. 출범 초기에는 안정적 성장이 가능했으나, 권역 외 확장이 어려웠던 만큼 주로 M&A를 통해 다른 사업자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시작부터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해 온 IPTV, 위성방송과는 다른 구조다.

따라서 당장은 케이블TV 업계 반발로 권역 폐지가 유보됐지만 결과적으로 케이블TV 업계 경쟁력 강화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정부 전략은 기본적으로 IPTV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것"이라며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대형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들은 십수년간 성장 과정에서 이미 각 권역 사업자들을 흡수할 만큼 흡수해 더 이상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지금 상황 그대로 시장을 끌고 가는 것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을 위해서도 부정적"이라며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M&A로 덩치를 키우는 업체들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퇴출되는 업체들도 나와야 시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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