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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 투자도 물거품…스타트업들 우울한 연말


중견 스타트업 유망주 폐업·재정난 이어져…최순실 '불똥'에 노심초사

[성상훈기자] 수백억원을 투자받았던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폐업하거나 위기를 겪으면서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시국까지 얼어붙고 스타트업계까지 여파가 미치면서 자칫 창업과 투자 열기마저 위축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수백억원을 투자받았던 스타트업 유망주들이 투자를 청산하고 매각을 시도하는 등 사업적으로도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로 이름을 날렸던 비트패킹컴퍼니는 지난달 투자 청산과 함께 사업을 정리하면서 업계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비트패킹컴퍼니는 지난 2013년 본엔젤스파트너스와 네이버로부터 5억원을 투자받은 뒤 이듬해 7월 30억원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130억원의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 165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내놓은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는 출시 1년 반만에 가입자 500만명을 넘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무료 음원 서비스에 불리한 저작권료 산정 기준과 추가 투자 유치 실패 등 난관이 이어졌다. 종량제 스트리밍 방식과 월 정액 스트리밍의 저작권료 산정 기준은 있으나 무료 서비스 기준은 현재까지 없다보니 다른 음원 서비스 대비 2배에 가까운 저작권료를 지불해왔던 것.

결국 투자금은 빠르게 소진됐고, 싸움을 이어가기엔 더 이상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사업을 접는 수순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달 1일부터 투자사들이 모여 청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같은달 30일 비트는 서비스를 종료하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콘텐츠 업계 '수퍼루키'로 불렸던 스타트업 M사도 지난해 누적 투자 200억이 넘는 투자를 받고 직원 수도 2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지만 올해부터 해외 투자 실패와 연이은 사업 부진으로 직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가 그나마 최근 예년 수준을 회복해 가고 있다.

7명이 넘는 C레벨 임원들도 현재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회사를 떠난 상태. 한때 기업가치는 1천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대기업 H사에게 120억원 수준에서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중이다. M사의 경우 최근 매출이 나오는 커머스 사업만 독립 분사 했으며 주력 사업은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또 다른 수퍼루키 P사도 직원 수는 200명이지만 올해 70명이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P사의 경우 지난 2014년 Y사에 인수되면서 이듬해 50억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지속적인 자금난을 겪어왔다. P사 대표 장 모씨는 현재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상태다.

기업정보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B사도 113억원의 누적 투자를 받은 유망주였지만 동남아 시장 진출 실패, 수익모델 활성화 실패로 투자금을 소진했다. 해외 사업을 담당했던 직원들을 포함해 전체 직원의 절반이 회사를 떠났다.

현재는 새로운 사업을 위한 인력을 채용해 재배치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수익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

이외에도 수백억원씩 투자를 받았던 일부 O2O 스타트업들도 서서히 재정상황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이 일정 수준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반복되면 자칫 투자 열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정도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창조경제'도 타격, 스타트업 우울한 연말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 규모는 9천488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줄었다. 투자를 받은 기업 수는 10% 이상 늘었지만 전체 투자 금액은 감소했다.

초기투자 금액은 3천754억원으로 전년대비 40% 가까이 늘면서 지난해에 이어 창업 열기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들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박근혜 정권이 밀고 있는 '창조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창조경제혁신센터로 파편이 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센터 입주 스타트업들에게 돌아갔다.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데스밸리'를 넘는 것이지만 정부 지원으로 커온 스타트업들에게 자칫 지원이 끊기기라도 한다면 해당 스타트업의 앞날은 불보듯 뻔하다.

당장 최순실 비선실세 중 한명으로 알려졌던 차은택씨가 관여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좌초 직전이다.

그나마 혁신센터는 좀 덜한 편이지만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관련 예산 878억원은 삭감됐고 문화부 콘텐츠코리아펀드와 VR 육성 사업 예산도 각각 270억원, 81억원 삭감됐다.

벤처단지 예산도 거의 대부분 삭감되면서 입주 스타트업들은 바람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혁신센터 입주 스타트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센터에 입주해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함께 조사해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6'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 분위기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3년 연속 같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역량있는 인재들의 창업 의지도 한풀 꺾인 상황.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6에서도 정부 역할에 대한 점수는 전년대비 5점 낮아졌다.

특히 창업 연차가 쌓여갈 수록 정부 역할에 대한 점수가 하락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다행히 정부는 창업 열기만큼은 반드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선해야할 숙제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국까지 얼어붙다보니 스타트업들에게는 우울한 연말이 되고 있다.

김기재 오픈서베이 본부장은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 이유로는 정부 정책 실패가 가장 높았고 VC의 미온적인 지원, 창업 기업 역량 미비가 꼽혔다"며 "데스밸리 극복을 위한 정책이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평가가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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