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융합 시대로]④ 케이블TV, 뭉쳐야 산다


결합상품 준비 등 '잰걸음'… '원케이블'로 재도약

[민혜정기자] 벼랑 끝에 몰린 케이블TV가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무산된 이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케이블TV 업계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뭉쳐야 산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부도 케이블TV 회생을 위해 연말까지 유료방송 발전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케이블TV가 그동안 요구했던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료(CPS), 통신·방송 결합상품 할인율과 서비스 구성, 유료방송 소유·겸영 규제 등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케이블TV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무산 사태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을 카드도 기대하고 있지만 자구안 마련에도 고심이다.

비대위는 지난 7월 첫 회의를 가진 뒤 제도개선, 서비스혁신, 전략홍보 등 분과 별로 꾸준히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19일엔 워크숍을 열고 그동안 문제를 제기했던 지상파 재송신료, 결합상품과 같은 제도적 이슈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업계가 자생할 수 있는 대책도 논의했다. 비대위는 이 같은 발전 방안을 지난달 31일 미래부에 제출했다.

비대위가 추진 중인 자구책은 업체간 기술, 서비스 등을 통합하는 '원(One) 케이블' 전략이다. 이는 업체들이 협력해 케이블TV 가입자가 거주지에 상관없이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이를 통해 기존의 권역별 서비스 한계에서 탈피, IPTV처럼 전국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가령 CJ헬로비전 가입자가 딜라이브 권역으로 이사 갈 때 서비스 해지와 동시에 이사한 집에서 딜라이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콜센터를 연계하거나, 가전 렌탈업체와 제휴해 가전제품 관리를 받을 때 케이블TV 서비스도 받는 식이다.

또 케이블TV간 VOD 시스템을 연결해 이용자가 가입 회사를 바꾸더라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케이블 서비스' 로밍도 거론되고 있다. 권역내 지역성이 강한 콘텐츠를 1인방송과 같은 다중채널네트워크(MCN)로 확장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아울러 애초의 채널 특성을 살려 지역채널 활성화, 디지털 전환 의무화, 권역별 규제 개선, 방송법 개정을 통한 '동일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른 케이블TV에 대한 소유 겸영 문제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방송과 통신 융합시대에 적극 대응하자는 의지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이번 M&A가 물 건너가면서 정책적인 부분도 해결해야겠지만 케이블TV 업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며 "유료방송 업체들은 이제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에 처했기 때문에, 케이블TV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는 2014년 1천461만명으로 전년보다 13만명가량 줄었다. 매출액은 2조3천462억원으로 330억원 줄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IPTV 가입자는 871만명에서 24.6% 증가, 1천만명을 돌파했다. 매출액은 1조1천251억원에서 33% 늘었다. 신규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IPTV에 유입되는 반면 케이블TV의 역성장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안재현 카이스트 교수는 "케이블TV가 IPTV와 넷플릭스와 같은 혁신적인 OTT에 도전받고 있지만 약 1천500만명의 가입자 기반을 보유한 강점이 있다"며 "가입자 기반 확대를 통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뜨거운 감자' 결합상품·지상파 CPS 손대나

정부도 유료방송의 발전 방안을 내놓기 위해 연구반을 가동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무산되면서 퇴로가 막힌 유료방송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당장 정책적 지원 등 규제 완화 등이 시급해 졌다.

케이블TV 업계도 이에 맞춰 지상파 재송신료 산정의 구체적 기준, 케이블TV가 통신사의 모바일 서비스를 결합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는 동등결합,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의무전환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동등결합은 케이블TV사업자들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대책안이다. 케이블TV사업자들이 SK텔레콤 모바일 상품을 결합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SK텔레콤에 협의를 요청했고, SK텔레콤도 이를 수락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한 가정에서 두 명만 같은 이통사 폰을 써도 그 통신사는 인터넷이나 IPTV를 끼워 팔면 되는데 이 같은 상황에선 공정한 경쟁이 힘들다"며 "지난해에도 동등결합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비대위도 구성된 만큼 이 문제를 정부에 적극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신사로선 유선 서비스에 버금가는 무선 상품의 대폭 할인, 가입자 관리 유통망 구축 등이 어려울 수 있어 동등결합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이동전화 상품 때문에 케이블이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산시스템 통합에만 1년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를 구체화하는) 실질적인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재송신료 분쟁은 아직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수년째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안이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재송신료 조정과 관련해 (실시간 방송) 가격을 얼마로 부르든 계산 근거가 제시된 적이 없다"며 "(양측 업계의) 과학적 협상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기초자료를 모아서 공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미래부 유료방송 발전 방안 연구반에서는 이 같은 사안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소유·겸영 지분율 규제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케이블TV(SO), 위성 방송사업자는 서로의 지분을 33% 이상 소유할 수 없다. 또 미래부는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한 사업자가 전국 가입자의 33%를 넘을 수 없는 합산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3년 일몰로 도입됐다. 이같은 지분율 제한과 합산규제가 이중규제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연구반은 지분율 규제는 폐지하는 대신 합산규제 관련 '33% 규제', '49% 규제', '일몰하되 33% 넘는 사업자에 대해 지배적사업자 의무부여', '일몰 후 제도 폐지'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연구반의 논의처럼 지분율 규제가 없어지면 인수합병(M&A) 등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이와관련 미래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진행중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연구반에선 결합상품, 지상파 재송신료 등 유료방송 전반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내달께 연구 결과안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공청회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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