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친구들, 게임에선 이미 '맹활약'


[다시보는 게임]③ 게임은 예술·기술의 산물…기술혁신도 주도

[문영수기자] 게임은 예술과 IT 기술의 총집약체로 불린다.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고, 실제와 비슷한 게임 속 세상 구현을 위해 정교한 프로그래밍 능력과 과학 지식이 요구돼서다. 각 분야의 아티스트는 물론 물리학 등 이공계 인재가 각 게임사에 다수 포진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26일 개막한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 16 키노트 연설에 나선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게임은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엔터테인먼트로 특히 멀티플레이 게임은 이용자가 자신만의 스토리를 스스로 써내려갈 수 있는 예술"이라고 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재미가 있어 빠르게 확산되는 게임은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발전에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기술적 노력에 의한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에게 보다 큰 재미를 안기기 위해 사실적인 게임 환경 구현을 위한 다채로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알파고 뺨치는 게임 인공지능(AI)은 물론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 분야의 첨병으로 게임이 활약하고 있다.

◆한국판 알파고? 게임사들은 이미 적용 중

게임은 인공지능의 가치를 주목하고 일찌감치 연구에 착수한 몇 안되는 산업 중 하나다. 사람의 학습능력과 추론, 자연어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화한 인공지능이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이끌어줄 기술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나와 비슷한 상대를 찾아주는 매칭 시스템부터 자동 사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 인공지능(weak AI)'이 게임에 적용되고 있다.

'리니지' '아이온'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하는 게임사다. 2012년 인공지능랩(AI LAB)을 설치한 엔씨소프트는 2015년말 이를 인공지능 센터로 격상하는 등 인공지능 분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가시적인 결과물도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월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에 인공지능 캐릭터와 1대1 대전을 벌이는 '무한의탑'을 업데이트 했다. 여기에는 반복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이 최적의 방법을 찾도록 유도하는 강화학습 기술이 적용됐다. 수많은 기보를 보며 바둑을 학습한 알파고와 동일한 원리다.

엔씨소프트 인공지능 센터 이재준 상무는 "강화학습과 딥러닝을 통해 인공지능의 성능을 올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은 엔씨소프트만이 내세울 수 있는 차세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의마블'을 서비스 중인 넷마블게임즈도 인공지능 연구에 한창이다. 이 회사가 2014년부터 개발 중인 '콜럼버스'는 이용자의 행동 패턴에 대응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진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게임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 해소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콘텐츠 재미 구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가령 이용자가 특정 스테이지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할 경우 콜럼버스는 해당 이용자에게 강해질 수 있는 아이템을 추천하거나 적절한 성장 가이드를 제공한다. 각각의 이용자의 취향이나 성향, 상황을 구분하기 위해 콜럼버스가 데이터를 학습한 덕분이다.

회사 측은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넷마블의 새로운 성장동력일 뿐 아니라 성공하게 된다면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 역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해 게임 내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애니팡 맞고'에는 인공지능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최적의 상대를 매칭시키는 스마트 매칭 시스템이 적용됐다. 비슷한 상대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승률 기반 매칭은 물론, 패를 내는 평균 시간, 공격적 또는 수비적 플레이 패턴 등 이용자 성향까지 분석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선데이토즈는 "보다 쉽고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현실 콘텐츠도 개발 한창

인공지능과 더불어 핵심 미래기술로 꼽히는 가상현실(VR) 분야 역시 게임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국내 중견 게임사들은 가상현실이 차세대 콘텐츠 시장을 주도할 분야로 주목하고 대응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리듬액션 게임인 '오디션'을 소재로 한 가상현실 게임 '프로젝트A'를 만들고 있다. 프로젝트A는 스트리트 댄스와 음악, 패션을 접목한 게임으로, 아이돌 캐릭터와 사용자가 한 공간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회사 측은 현실감을 보다 높이기 위해 목소리 파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캐릭터 입 모양을 맞춰주는 기술을 게임 내 적용하기도 했다. 캐릭터가 내는 발음에 맞게 입 모양이 연출된다는 의미다.

엠게임은 딥러닝, 음성인식 기술 등이 적용된 가상현실 게임 '프린세스메이커VR(가칭)'를 개발 중이다. 프린세스메이커VR 속의 딸 캐릭터는 이용자의 말 버릇을 따라 배우며 그동안 입힌 옷과 아르바이트 등에 따라 교육 수준이 차등 발달하게 된다. 이 역시 보다 사실적인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다. 게임 속에서 이용자는 딸과 육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가상현실 상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스페셜포스VR"을 개발 중이다. 이 게임은 특정 공간 내에서 이용자의 동작을 인식하는 룸스케일(Room Scale) VR 기술이 접목됐다. 이용자가 직접 몸을 움직여야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로, 말 그대로 가상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현실 상에서 게임을 관람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국내 기업 민코넷이 개발 중인 '스윙360'은 게임 스트리밍 방송 또는 게임 리플레이를 실시간으로 가상현실 상에서 방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이 기술이 보편화될 경우 즉석에서 활용할 수 있는 360도 가상현실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생체 신호까지 분석…날로 진보하는 게임 그래픽 기술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기술 이외에도 게임사들은 재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나타나는 각종 생체적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회사가 2013년 11월 뉴로사이언스랩을 설립해 게임 플레이 시 발생하는 뇌파와 생체신호를 분석하고 있다.

64채널의 뇌파측정기 1대와 7채널의 생체신호측정기 4대, 구리로 차폐된 실험실 등으로 구성된 이곳은 뇌파와 이용자의 땀, 심장박동, 얼굴 근육 움직임 등 생체신호를 활용해 게임뿐만 아니라 광고나 교육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할 콘텐츠 지표를 만들고 이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생체신호를 분석한 결과 게임 내 특정 이벤트를 플레이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지수가 급격히 상승했다면, 이를 동일한 장르의 다른 게임에 적용해 매출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 측은 빅데이터 검증 과정을 통해 이같은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4로 구현한 모바일게임 그래픽 데모영상. [영상제작=에픽게임스]

게임의 외형을 결정짓는 그래픽 기술 또한 현실과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진보를 거듭하는 추세다.

에픽게임스는 지난달 열린 게임개발자콘퍼런스에서 모션캡처 대상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게임 속 캐릭터에 적용할 수 있는 언리얼 엔진4의 신기능을 공개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즉각 표현할 수 있어 게임 영상 및 관련 콘텐츠 개발 속도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풀 3D 영상을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베일을 벗었다.

박성철 에픽게임스코리아 대표는 "앞으로 콘솔 게임급 초고품질 모바일 게임 시대가 올 것"이라며 "언리얼 엔진이 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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