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공연까지 가상현실로 '생중계'


[만개하는 가상현실]⑤ VR, 방송 콘텐츠 미래 혁신

[성상훈기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콘서트 영상을 각도를 바꿔가며 볼 수 있는 것이 가상현실(VR)의 매력이죠."(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안진호 과장)

"스포츠 시장이 큰 미국에서는 다양한 VR 중계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디바이스가 개발되고 있지만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더 필요합니다."(LG전자 곽재도 부장)

스포츠 중계는 VR 콘텐츠 시장에서 잠재적인 핵심 킬러 콘텐츠로 꼽힌다. 2D 평면 화면으로만 봐야 했던 스포츠 경기를 원하는 각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다면 더 큰 몰입감을 준다.

◆VR, 스포츠 중계 혁신

글로벌 VR 콘텐츠 제작사 넥스트VR은 지난해부터 스포츠 중계를 VR 콘텐츠로 제공해 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국제 챔피언스컵(ICC) 축구 경계를 VR로 중계하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넥스트VR은 이전에도 미국 자동차 경주 대회인 '나스카', US 골프 오픈, 미국 프로 농구(NBA)의 경기를 VR로 생중계 하면서 세계 최초로 스포츠 경기를 VR로 제공하는 기록을 세운 회사다.

지난 10일부터는 미국 폭스 스포츠와 함께 2016 미국 대학농구 NCAA의 경기를 8강전부터 VR로 중계하면서 또 다시 업계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어 VR 상품기획 안진호 과장은 "방송 콘텐츠도 VR 기술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360 카메라 업체와 방송국, 디바이스 제조사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NBA 올스타전 중계의 경우 카메라 개발사 이머시브 미디어와 함께 중계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유사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KT가 지난 26일과 27일에 열린 KT 위즈 시범경기에서 야구 경기를 VR로 생중계한 것.

'기가 VR'로 부르는 이 생중계 서비스는 1루, 3루, 포수석에 각각 VR 전용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조합해 제공하는 원리다.

기가 VR 중계 영상은 스마트폰을 터치해 360도로 돌려서 보거나 기어 VR 등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로 감상하게 된다. KT는 내달 5일부터 3일간 KT 위즈 2016년형 정규시즌 홈 개막 시리즈에서도 기가 VR 생중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새로운 영상 제작기법 선도

VR이 등장하면서 영화 제작 업계에서도 VR 기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안 과장은 부연 설명했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작 기법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과장은 "일례로 VR을 통해 화면 왼쪽은 남자의 성장기, 회면 오른쪽은 여자의 성장기를 각각 보여주면서 고개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스토리텔링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상, 하, 좌, 우, 전방위로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제작기법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헐리웃에서도 영화 '마션'을 VR로 리메이크 하는 등 VR은 이미 영화 콘텐츠까지 혁신하고 있다. 마션 VR 버전은 연내 대중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월트디즈니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등 영화계 투자사들도 VR 콘텐츠 제작사 '전트'에 6천600만달러(770억원)를 투자하는 등 영화계에서도 VR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시작됐다.

◆VR, 3D 실패 흡수

영화계에서는 지난 2009년 영화 아바타 3D 버전을 시작으로 한때 극장가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3D 영화가 범람하면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생겨났다. 지난 2010년만해도 극장가의 영화 60% 이상이 3D 버전였지만 지난 2014년에는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는 3D의 환영(幻影)이 드리워져 있다. 2009년 영화 ‘아바타’가 성공을 거두면서 3D 포맷은 극장가를 강타했지만, 너도 나도 3D 포맷을 시도하면서 완성도는 떨어졌다. 개봉 첫 주말에 판매되는 티켓 가운데 3D 버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약 3분의 2에서 2014년 3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TV 시장도 한때 3D 열풍이 불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로 불꽃튀는 경쟁을 벌였지만 콘텐츠 부재로 인해 시장 모멘텀도 가져가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3D 시장 형성도 실패했고 생태계도 구성되지 못했다.

LG전자 곽재도 부장은 "3D 마켓의 실패에서 배운 것이 많기에 VR 에서는 되풀이 되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VR 시장은 3D 시장 초기와 유사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의 경우 구글 처럼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VR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애플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과 콘텐츠 플랫폼까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고 곽 부장은 덧붙였다.

곽 부장은 "모든 생태계 구성원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스마트폰 빅뱅 이후 처음"이라며 "다양한 스토리 텔링이 가능한만큼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VR 시장"이라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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