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권혜림]'동주'의 100만 흥행이 반가운 이유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존재에 주목한 '동주', 의미 있는 흥행

[권혜림기자] 영화 '동주'가 누적 관객수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국민 시인'으로 잘 알려진 윤동주의 삶에 더해 역사 속에 잊혀졌던 송몽규 선생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동주'(감독 이준익, 제작 루스이소니도스)는 지난 2월17일 개봉해 개봉 4주차인 현재까지도 잔잔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92만2천465명이다. 이번 주 100만 관객 고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영화에 투입된 제작비는 5억여 원. 저예산 독립영화들과 비교해선 큰 액수의 돈이지만, 상업 영화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예산이다. 영화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과 제작자 신연식 감독은 두 인물의 삶을 영화화하되 이 작품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영화의 광고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감독과 배우들이 발로 뛰는 무대인사 일정을 늘리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가졌던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였다. 영화가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것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유의미하다. 스타 캐스팅이나 화려한 포장 없이도 영화의 뜨거운 의미와 정갈한 만듦새는 흥행으로 이어졌다.

잊혀졌던 이름에 주목…영화로 기억된 역사

'동주'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윤동주 시인의 삶을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얻어왔다. 문학과 역사 교과서를 통해 친숙한 '천재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왕의 남자' '사도' 등을 선보인 흥행 감독 이준익이 어떻게 담아낼지도 궁금증을 자극했다.

하지만 '동주'의 시나리오 단계에서 영화인들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타이틀롤 윤동주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그의 동갑내기 절친한 친구이자 외사촌형제인 송몽규라는 인물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윤동주가 시를 통해 어두운 시대를 비췄다면, 송몽규는 일찍이 독립 운동에 투신했다. '천재'로만 알려졌던 윤동주 시인에게, 문학적 기질과 행동하는 용기까지 갖춘 송몽규 선생은 묘한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 인물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우정과 신뢰로 다져진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 '동주'를 통해 흥미롭게 그려진다. 익히 알려진 윤동주 시인의 삶과 그 곁을 지켰던 송몽규 선생의 존재를 함께 다루며 '동주'는 언론도, 교육도 기억하지 않았던 역사의 구석을 비춰낸다.

천만 감독 이준익과 '실험가' 신연식 감독의 시너지

천만 영화 '왕의 남자'를 비롯해 '소원'과 '사도'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지닌 영화들로 사랑받았던 이준익 감독은 저예산 영화 '동주'의 메가폰을 쥐며 명장의 기량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동주'가 개봉 이전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기대를 얻을 수 있던 데에는 관객들의 신뢰를 쌓아 온 이준익 감독의 존재감도 큰 몫을 했다.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 시인의 삶을 소재로 영화 작업을 하며 느낀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잘못했다가는 '민족의 반역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인데, 내가 제대로 못 찍었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한 일 아닌가"라며 "놀라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선을 다했고, 인물들의 이야기를 크게 훼손하지 않았다는 데에 자신감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우려와 달리 영화는 매끄러운 모양새로 완성됐고, 관객들은 다시금 그의 출중한 연출 기량을 확인하게 됐다. 유명한 상업 영화 감독의 낯설고 신선한 도전은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환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 감독의 선택 뒤에는 '동주'를 제작한 신연식 감독의 지지가 있었다. '러시안소설' '배우는 배우다' '조류인간' 등으로 마니아 관객층을 형성한 신연식 감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자본의 틀을 벗어난 실험들로 영화 작업을 이어온 인물이다. 캐스팅과 연출 전반을 책임진 이준익 감독, 프로듀서로서 영화 작업을 이끈 신연식 감독의 만남이 '동주'라는 의미 있는 수작을 일궜다.

신연식 감독은 '동주'를 시작으로 근현대사를 살았던 예술인들의 삶을 시리즈로 선보일 예정이다. 가수 이난영과 코미디언 신불출 등 굵직한 인물들의 삶이 신 감독의 기획으로 스크린에 담긴다.

인생작 만난 박정민,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강하늘

영화가 베일을 벗은 후, '동주'를 본 관객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아마도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이름일 것이다. 영화 '파수꾼'과 '들개' 등 독립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박정민은 수 편의 드라마를 통해서도 연기력을 알렸다. 하지만 그 중에도 '동주'는 그의 '인생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다. 뜨거운 시대정신에 더해 독립에 몸을 바칠 용기까지 지닌 송몽규의 얼굴을, 박정민은 감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절절하게 그려냈다.

타이틀롤로 분한 강하늘의 연기 역시 꼬집을 곳이 없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상업 영화와 인기 드라마 등을 오가며 활약해 온 그는 대중의 기억에 각인된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에 인간미를 더한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청춘 스타'라는 수식어는 이제 어딘지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다. 시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처절한 자기 반성은 고해하듯 시를 읊는 배우의 나직한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겼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권혜림]'동주'의 100만 흥행이 반가운 이유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