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만난 선거, 초유의 빅데이터 전쟁 예고


[빅데이터 선거] 제도적 한계에도 선거운동 대안으로 부상

[조석근기자] "빅데이터 분석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데이터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영남대 박한우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치인들은 주민들과 악수만 해봐도 본인이 당선될지 안될지 안다. 아직까지 선거는 '촉'이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관계자)

지난 1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빅데이터 시대의 선거와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토론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선거전략이 주먹구구식 국내 선거운동의 대안이라는 주장과 현재 제도적 한계상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격론을 유발할 만큼 빅데이터 선거전략에 대한 논의는 수면 위로 급부상 중이다. 국내 정치권 역시 선거전략을 짜거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방대한 메시지를 통한 여론분석이 주된 용도다. 초보적이나마 미국식 정밀 선거전략 모델도 채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단 빅데이터 선거전략은 걸음마는 뗀 셈이다.

◆SNS 빅데이터 분석 '대표성 약점' 불구 성장세

정치권에서 빅데이터 분석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는 SNS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 국민의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운데 지난해 SNS 이용률은 40%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매일 1천600만명가량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밴드 등 SNS를 통해 수억건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각 정당들은 빅데이터 업체들이 수집한 SNS 메시지들을 토대로 주요 정치인들의 발언과 민감한 현안을 두고 여론을 관찰 중이다. 각종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고 그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출마 후보들은 해당 지역구 내 유권자들의 교육·환경·복지 커뮤니티와 파워블로거, 지역언론 게시판을 통해 지역 분쟁, 민원, 숙원 사업 등 민생 현안을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을 향한 우호적 접근 전략을 구상한다.

SNS 빅데이터 분석은 특히 선거판세 예측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전국 단위 선거들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6·4 지방선거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토리닷에 따르면 당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가운데 14개가 SNS 내 버즈량과 일치했다. 기존 여론조사 기관들과 언론사의 공동 예측 결과보다도 3곳 이상 적중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가장 관심을 모은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박원순 당시 후보는 정몽준 후보를 13% 큰 표차로 이겼다. 박 후보의 트위터 및 블로그의 버즈량은 92만 건으로 정 후보의 56만 건을 크게 앞섰다. 선거기간 내내 우세를 유지한 결과가 투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턴트 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학량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이 정치권에서 부상한 배경은 기존 여론조사 업체들의 한계 때문"이라며 "가장 일반적 방식인 임의전화걸기(RDD) 대상에 업소들이 포함된 데다 국민 정서상 여론조사 전화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어서 응답률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SNS 적극 사용자들이 20·30대, 40대에서 두드러지고 이들의 여론도 일반 유권자들보다 정치적 편향성이 짙다는 것이다.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의사가 과잉 대표되기 때문에 SNS 여론을 실제 민심으로 받아들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갤럽의 한 관계자는 "SNS 적극 사용자들 가운데 투표소를 안 가는 경우가 많아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SNS 여론과 실제 민심의 괴리가 발생하곤 한다"며 "정치적 쟁점에 대해 실시간 여론을 확인할 순 있으나 한계도 크다"고 말했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SNS 분석이 실제 득표로는 연결되지 않는 만큼 빅데이터는 아직까지 선거전략보다 진단 도구에 가깝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조적 수단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선거 전략도 진행 중, 마이크로 선거지리학

국내 정치권에서 빅데이터 분석은 SNS 분석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곤 한다. 주로 제도적 한계에 기인한 오해다.

빅데이터 분석이 정치 영역을 포함해 산업 전 분야에서 활성화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유권자의 금융거래 및 소비내역, 실소득과 직업, 주거형태와 보유자산 등 민감한 개인정보들에 대한 수집과 활용이 엄격히 규제되는 만큼 빅데이터 업체의 분석 대상도 온라인 여론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NS 분석에 이용되는 온라인상 메시지들도 트위터와 블로그, 포털 카페 등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개방형 SNS에 한정된 상황이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처럼 제한된 사용자들 사이의 소통이 이뤄지는 폐쇄형 SNS들은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같은 제약은 SNS 여론분석이 갖는 또 하나의 맹점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실제 선거전략에 도입한 진전된 실험들도 진행 중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통계청의 데이터베이스(DB)처럼 정부가 이미 공개한 행정자료들을 통해서도 제한적이나마 미국식 정밀 선거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개별 선거구 상세 분석이다. 중앙선관위의 대선·총선 및 지방선거 등 역대 전국 단위 선거의 지역구별 투표결과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처럼 공개된 자료들을 이용해도 의미 있는 결과들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구의 같은 동네라도 통·반 단위까지 출마자 입장에서 공략성공 가능성을 지수화해 지도로 표시할 수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 선거지리학'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 한 지역구의 같은 동이라도 아파트 A단지는 고학력 386세대와 20~40대 맞벌이 직장인들이 다수 분포할 경우 이들의 출신 지역은 대체로 수도권이다. 상당수 부동층을 감안해도 현재 정치지평상 야권 지수가 높은 구역이다. 반대로 B단지는 전업주부와 노년층 은퇴자들이 다수 분포한다. 출신 지역은 영남·충청·강원 등 비수도권이 다수다. 여권 지수가 높은 구역이다.

핵심은 같은 지역구 내에서도 이같은 타깃지수가 높은 구역을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해당 구역 내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계층별 맞춤형 공약을 설계하고 홍보물과 텔레마케팅, 유세차량을 집중 배치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선거는 제한된 선거기간 내 법으로 정한 비용에서 치러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마이크로 선거지리학은 출마자 입장에서 소속 정당의 핵심 지지층이나 상대 정당의 완고한 지지층, 철저한 정치 무관심층처럼 상대적으로 집중할 필요성이 낮은 공략 대상 지역들을 미리 가려내 우선 순위에서 배제하는 개념이다.

아직까진 정치권의 일반적인 선거전략은 잠정적으로 지역구 내 모든 유권자들을 겨냥한 골목 누비기식 유세가 그 중심이다. 당 지도부와 다선 의원들을 총동원해 온 시장과 골목을 헤집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합 지역에선 선거운동의 실제 효과에 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마이크로 선거지리학처럼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하는 논의는 이같은 낭비를 최소화시켜 선거전략의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지역 사정에 어둡거나 현역 정치인들에 비해 돈과 조직에서 열세인 신인들에게도 당선 가능성을 높여 정치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한다.

최근 들어 선거 전략의 타깃을 지역 단위에서 개별 유권자들로 좁히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정당들이 앞장서 유권자의 학력과 직업, 소득, 자산, 출신지, 관심 이슈 등 현재로선 행정상 공개되지 않는 개인 정보들을 ARS 등 전국단위 조사로 파악해 선거 DB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당이 과거 선거에서 자체 확보한 유권자 DB와 당원 인적사항을 통합분석하면 유권자 개인별 타깃지수가 산출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정치컨설팅 업체 빅토리랩 고한석 대표는 "마이크로 선거지리학 같은 선거구별 정밀분석은 최근 선거에서도 출마자들 사이에서 활용된 사례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정당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빅데이터 선거전략을 위한 기반조성과 제도개선에 나설지는 선거 전까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총선은 2017년 '데이터 전쟁' 서막

11월 현재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공직선거법 개정 등 국회 차원의 제도개선 논의는 일단 올스톱 상태다.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개편, 공천 갈등이 정치권의 긴급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하는 처지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구체적 선거전략에 관한 논의도 현재로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러나 2016년 총선의 정치적 의미를 고려하면 정치권 내 빅데이터 관련 논의도 조만간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4년차로 접어드는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레임덕 여부가 결정된다.

더구나 총선 결과는 곧 다가올 2017년 대선에 필연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여야 모두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격전이 예상되는 만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2년 대선은 SNS 선거였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를 앞세운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와 페이스북, 트위터 위주 문재인 후보 캠프의 일대 격전이 벌어졌다. 지금도 SNS는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이미지 중심 사용자 환경으로 형태가 다양화되는 추세다.

빅데이터 업체 스토리닷 유승찬 대표는 "정치 무관심층이 전 연령대별로 확산되면서 공직선거 출마자들 입장에선 인지도 높이기가 절실해졌다"며 "최근 캐나다·영국 총선처럼 동영상과 사진, 웹자보 등 다양한 형식을 결합한 SNS 홍보 전략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마자들의 메시지를 준비하고 반응을 점검하는 과정과 여론에 기반한 맞춤형 선거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빅데이터에 대한 정치권 내 관심도 커질 것"이라며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은 사상 유례없는 데이터 전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