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제목에 기업 이름이? 방통위 협찬주 고지허용 추진

[강호성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쓸 수 있도록 '협찬고지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방통위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지만 제목에 특정 기업명을 쓰지 못하도록 심의해온 방송통신심위위원회의 기준과 맞지 않는 등 심의기구간 갈등도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상품명·기업표어·위치 등을 쓸 수 있도록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협찬주 이름이나 상품명, 기업표어 등의 복수 사용이 가능해지면 '갤럭O와 함께 무한도전' '나이키 농구화 신고 1박2일' '신라면과 햇반 먹으며 삼시세끼' 등의 프로그램 제목이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협찬주가 프로그램 단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7월 '갤럭O와 함께 하는 무한도전'이 8월에는 '스타벅스 마시며 무한도전'으로 바뀔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개정안은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과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1TV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나 주요 프로그램사업자(PP)에 '제목광고'가 허용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상파와 인기프로그램 일부에만 광고가 집중되고 기업의 한정된 광고예산을 고려할 때 매체별 균형발전에도 역행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현재 방송내용 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중 특정 기업명이나 상품명 언급을 일절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로그램 제목에 사용을 허용하게 되면 방송심의 기준과도 정면 충돌하게 된다.

방통심의위 김형성 방송심의기획팀장은 규칙 개정과 관련 "사전에 방통위로부터 (개정 내용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며 "현재 우리 위원회의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이번 규칙 개정이 규제완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 광고는 줄지만 협찬 부문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협찬은 대부분 제작비로 돌아간다는 측면에서 규제완화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반대의견도 모두 수렴해 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협찬고지규칙 개정안의 행정예고 기간은 오는 26일까지로, 방통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