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검찰이 온라인 상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촉발된 '실시간 검열' 논란이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 방침으로 이어지며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여야가 '갑론을박'한 데 이어 김진태 검찰총장은 "검찰이 하고 있지도 않은 사이버 검열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민에게 실상을 자세히 알리고 논란을 조기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감청영장은 뭘까. 또 기존 압수수색 영장과의 차이점은 어떤 것일까?
'정치인' 안철수와 한때 같은 길을 걸었던 금태섭 변호사로부터 이번 카카오톡 감청과 관련한 감청의 의미를 확인해보았다.
◆압수수색은 '과거의 자료'·감청영장은 '미래의 자료'
금태섭 변호사는 우선 실시간 감청영장과 일반 압수수색영장과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금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압수수색은 '과거의 자료'를 대상으로 하며, 감청영장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자료"를 대상으로 한다"고 구분했다.
압수수색은 영장이 청구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에 존재하는 자료를 엿보는 것으로, 감청영장은 발부 시점 이후 이뤄지는 전화통화를 엿듣는 것(감청)을 의미한다.
그는 "이미 주고받은 이메일을 서버에서 다운받아 보는 것은 일반 압수수색영장으로 하는 것으로, 감청영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것은 '과거의 자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 변호사는 "카카오톡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감청'을 한다면, 예를 들어 범죄자들이 만든 카톡방에 검찰이 몰래 접속해서 그 내용을 보는 식이 될 것"이라며 "일단 영장을 받고, 그 시점 이후에 이루어지는 대화내용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다음카카오측에서 설명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런 이유로 다음카카오에서는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제시하면 이미 이뤄진 2~3일간의 대화 내용을 모아서 제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다음카카오의 수사기관에 대한 협조에 대해 "대법원은 이미 송·수신이 끝난 자료를 나중에 수사기관이 제출받아 보는 것은 '감청'이 아니라고 본다"며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10월 25일 판결(2012도4644)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이 송·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전기통신 내용은 그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점, 일반적으로 감청은 다른 사람의 대화나 통신 내용을 몰래 엿듣는 행위를 의미하는 점 등을 고려해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이란 그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하고,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의 내용을 지득하는 등의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설명을 토대로 본다면 검찰은 감청영장으로 제공받을 수 없는 이용자들의 대화내용을 위법적으로 받아간 것이 되며, 카카오는 압수수색영장없이 제공해서는 안될 내용을 검찰에 넘긴 셈이 된다.
◆대법원 판례상 카톡 자료 제공 의무 없어
금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면 현재 카카오톡에서 이뤄지는 방식, 이미 송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대화내용 2~3일치를 모아서 압수수색 하는 방식은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발부받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며 "이것은 실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감청영장은 기간을 정해서 발부받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2014년 10월 14일부터 2014년 11월 13일까지 감청할 수 있는 영장을 받으면 그때그때 따로 영장을 받을 필요 없이 그 기간 중에 이루어지는 카카오톡 내용을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처럼 2~3일치를 모은 대화내용을 압수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대로 감청영장만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수사기관은 2~3일에 한 번씩 그때그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는 "수사기관이 그동안 감청영장을 한번 받아서 계속 대화내용을 제출받아 왔다면, 적어도 대법원의 판단과는 다른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며 "보기에 따라서는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고 한 취지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은 이런 식의 압수수색은 거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즉 카카오톡에서 이루어진 대화내용을 보고 싶으면 그때그때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와야지, 기간이 정해진 감청영장을 받아와서 그때부터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 2~3일에 한 번씩 대화내용을 모아서 달라는 요구는 거절하겠다는 의미란 설명이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에도 시일이 걸리는데 다음카카오에서 밝힌 대로 앞으로 대화내용을 2~3일만 보관한다면 모든 대화를 보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청영장집행 불응하면?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실시간 감청영장의 집행에 불응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이것은 법률적, 사실적 측면에서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며 "우선 다음카카오 측에서 말하는 '불응'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료를 찾는 일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겠다는 것인지, 수사기관이 회사 서버에 접근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겠다는 의미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금 변호사는 "만약 물리적으로 영장 집행을 막겠다고 나서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대화내용이 담긴 자료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정도라면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영장을 들고 가택 수색을 나온 경우에 폭력을 써서 집에 못 들어오게 한다면 처벌받겠지만, 적극적으로 증거를 찾아줄 의무까지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다음카카오의 전산담당 직원이 감청영장 집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결국 담당직원이 서버에서 필요한 자료를 뽑을 수도 있으며, 전산실 문을 잠그고 열쇠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검찰이 문을 부수는 등의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 시대, 관련 법률 재정비도 시급
그러나 감청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위법'이라고 판단한 대법원의 해석이 카카오 사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에 해당할 수 있다.
금 변호사는 "다음카카오가 대법원 판례를 스스로 판단해 영장의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법원이 관련 사례를 정밀하게 판단을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나중에 법원이 감청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적법하다고 판단하면 처벌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카카오톡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기존 법과 판례를 가지고 판단했지만 달라진 정보통신 환경에 따라 감청 등 관련 법의 재정비도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책임이든, 기업의 책임이든, 사적인 대화까지 광범위하게 감청의 대상이 되는 피해는 국민들이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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