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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 "'꽃할배'의 연륜과 미모, 어찌 풋나기와 비교하랴"(인터뷰)


"할배들과의 여행, 제작진도 큰 깨달음 얻어"

[김양수기자] 나영석(37)은 이름 석 자가 브랜드다. '1박2일'을 통해 스타PD가 됐고, 그의 퇴사(KBS)와 이직(CJ E&M)은 뉴스가 됐으며, 신작 '꽃보다 할배'는 나영석표 예능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7월5일 첫선을 보인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는 소문 이상으로 볼거리도, 이야깃거리도 풍성했다.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일 줄 모르는 할아버지들의 유럽 배낭여행기에 젊은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직진' 이순재, '투덜' 백일섭, '로맨틱' 박근형, '구야형' 신구 등 선명한 캐릭터는 웃음을 선사했고, 연륜이 묻어나는 할배들의 읊조림은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할아버지'와 '배낭여행'이라는 극과 극의 조합을 이뤄낸 나영석 PD은 '꽃할배'의 성공을 미리부터 점치지 못했다. 오히려 "젊은 채널에서 이런 소재가 통할지 염려가 컸다"고 털어놨다.

"어르신들을 통해 어떤 재미와 교훈,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 한 얘기를 또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도 많았죠. 하지만 네 분이 지내온 인생의 역사가 예능에 더해져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 것 같아요."

◇ 할배들의 눈에 비친 '청춘' '젊음', 그리고 '인생'

그는 말했다. "프랑스 여행기는 식상하고, 파리의 에펠탑은 TV를 통해 수 천 번 봤다. 하지만 나보다 두세 배 인생을 더 살아본 어르신들의 눈으로 보는 프랑스 파리는 뭔가 다를 것 같았다"고.

예감은 적중했다. 할배들의 눈에 비친 유럽은 젊은이들이 느끼기 못했던, 그 이상의 다른 무엇이 있었다. 특히 할배들은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 '청춘'을 다시 들여다 봤고, '젊음'을 추억했으며, '삶'에 대해 돌아봤다.

'미소천사' 신구는 각종 어록으로 화제를 이끌었다. 그는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다. 아름답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젊은이들은 새롭고 가치있는 걸 시도해보라"며 뭉근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순재는 "육십은 애지, 칠십부터가 어른"이라는 말로 신선한 충격을 전했다.

나 PD는 "여행을 하는 동안은 할배들을 쫓아다니는데 급급해 재미가 있는지도 몰랐다. 오히려 편집을 하면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보였다. 그제야 '어쩌면 시청자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백일섭 선생님이 장조림을 걷어찰 줄은, 이순재 선생님이 앞만 보고 가실 줄은 몰랐어요. 사전 인터뷰 때만 해도 '서로 배려하며 가야지'라고 했던 분들이 여행이란 독특한 상황 속에서 자기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 거죠. 특히 극명하게 다른 권위있는 큰형(이순재)과 겁없는 막내(백일섭)의 여행스타일이 방송에서도 잘 보여진 것 같아요."

◇ '꽃할배'와 동행, 제작진도 큰 깨달음 얻어

나 PD는 카메라 앞에서 어색함이 없다. 연출은 카메라 뒤에 서서, 프로그램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깼다. 모자를 푹 눌러쓴 그는 거리낌 없이 화면에 등장한다. 그가 멤버들과 소통하는 장면도 여과없이 전파를 탄다. '1박2일'서부터 이어져온 방식이다.

특히 '꽃할배'에서는 나 PD의 역할이 하나 더 주어졌다. 그는 '43세 독거남' 이서진을 구박하고 질책하지만 또 때로는 독려하고 위로해주며 그를 '들었다 놨다' 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나 PD는 "이건 해명이 필요하다. 당시 상황은 설정이 아닌 리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을 모신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쓰다보니 정신이 닳아 없어질 정도였다. 우리 모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라며 "나는 이서진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이서진은 홀로 자유를 만끽하며 함께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서진은 프로그램의 숨겨진 진행자"라고 치켜세웠다.

나 PD는 "이서진은 늘 한발짝 뒤에서 조용히 여행을 조율하는, 묵묵한 큰아들 같은 캐릭터"라며 "이서진 본인도 모르겠지만 제작진은 이서진의 시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상황을 간접 정리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다. 도드라지게 진행자를 세우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 좋다"고 그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시청자들은 '꽃할배'를 통해 웃고 즐기고, 때론 힐링을 느낀다. 신기하게도 제작진들 역시 '꽃할배'와 동행하며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연륜에 묻어나는 깊이 있는 말을 툭툭 던지실 때 네 분이 진짜 대가라는 걸 느낀다. 연기라는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력을 쌓고 일가를 이룬 분들인 만큼 때로 전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한편으로는 역시 할아버지로구나 하는 것도 느낀다. 50년 된 친구들이 술먹고 욕하고 농담하는 모습을 보면 때로 우습고 또 때론 감동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대만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꽃할배'들은 잠시 휴식을 갖는다. H4의 바쁜 스케줄 탓에 세번째 여행은 내년 1월께로 미뤄진 상태다. 내년에 있을 '겨울 여행'을 준비하는 나 PD의 얼굴에는 한결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꽃보다 남자'의 F4가 멋진 외모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면, '꽃보다 할배'의 H4는 주름진 외모, 그 안에서 풍겨나오는 연륜과 인생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어찌 할배들의 미모와 연륜을 풋나기들과 비교하겠어요. 아, 이건 실제 선생님들이 하신 말씀이에요.(웃음)"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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