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길남 "우린 아직 인터넷 선진국 아니다"


[인터넷선진국, 이젠 문화다]⑩전길남 교수가 말하는 국내 인터넷 현주소

[김영리·민혜정기자] "한국은 인터넷 선진국이 아닙니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무선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1위인 우리나라가 '인터넷 선진국'이 아니라고 말했다.

전길남 교수는 1982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사이를 연결하는 최초의 인터넷 네트워킹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후 전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김정주 넥슨 회장 등의 후학을 길러내며 국내 인터넷 환경의 토대를 닦았다.

전 교수는 카이스트 정년 퇴임 후에도 연말께 책 발간을 목표로 '한국인터넷역사프로젝트'와 '아시아인터넷역사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인터넷 역사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국내 ICT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큰 어른'이다.

◆세계 80위 대한민국?

'인터넷선진국, 이젠 문화다' 시리즈를 준비하며 아이뉴스24가 만난 전 교수는 몇 가지 수치 자료를 통해 '갈 길이 먼' 국내 인터넷의 현주소를 비판했다.

"지난해 9월에 발표된 영국 월드와이드웹(WWWF)의 웹인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5위예요. IPv6(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표현방식) 사용자수로는 캄보디아보다 뒤인 세계 80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선 3등 이내로 들어가는 부문만 발표되지 몇 십등 몇 백등은 잘 부각되지 않죠."

전 교수가 언급한 웹인덱스 평가는 인터넷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측정한 것이다.인터넷 사용률과 유용한 정보량 등이 평가 기준이다. 우리가 15위를 차지한 이 평가에서 스웨덴이 1위를 기록했고 미국, 영국, 캐나다, 핀란드 등이 뒤를 이었다.

전길남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터넷 기술과 달리 인터넷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제도의 발전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이라면 1등,2등을 차지하는 것보다 80등~100등을 기록하는 부문이 없는게 중요하죠. 새 정부가 인터넷 속도를 10배 빠르게 한다고 했는데 빨라져서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요? 그건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라 봅니다. 그 돈을 인터넷 중독이나 폭력과 같은 문제를 개선하는데 투자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전 교수는 "우리가 인터넷 부작용에 관해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국이라면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나라에서 강연할 때 실수하지 않으려면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과감히 이야기할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가 인터넷을 도입한 시기가 빠른 국가 중 하나인만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성장통'을 겪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파리나 런던에 가면 기차역이 도심이 아니라 도심 주변의 변두리 지역 3곳~4곳에 퍼져 있어요. 그들은 산업혁명 이후 기차역을 만들 때 역이 지금 원자력 발전소와 같이 위험한 공간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안정성을 검증 받은 후에 일본이나 우리는 바로 도심부에 기차역을 세웠잖아요. 비슷한 이치일 수 있어요."

전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게 아니라 단절되는 느낌이 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의 선전은 반가운 일이에요. 세계에서 1위,2위를 다툴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나와서 저도 외국에 나가면 이들을 열심히 알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카톡이나 라인에만 집중하다보니 실제로 대화를 하지 않는 느낌이에요. 인터넷은 수단이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부작용 해결 위해 다른 나라와 소통해야"

전길남 교수는 우리가 인터넷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다른 나라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인터넷에 관한 문제들을 혼자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들과 합심해야 해요. 우리보다 먼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은 나라도 있을 겁니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가 빨리 해답을 찾은 부분도 있을 수 있구요. 소통이 필요합니다."

전 교수는 다른 나라와 소통을 통해 우리가 존경받는 인터넷 국가로 발돋움하길 기대했다.

"우리는 인터넷 선진국과 후진국을 중계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에 있어요. 선진국과 후진국이 바로 대화하는 건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존경 받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1943년생인 전 교수는 오사카대 전자공학과(학사)와 미국 UCLA(시스템공학 석ㆍ박사)를 졸업했다.록웰인터내셔널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1979년 귀국해 전자기술연구소(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으로 일했다.1982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 중앙컴퓨터 간 네트워킹에 성공했다. 이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08년도에 정년퇴임했다.지난해에는 인터넷 분야의 세계 최대 민간 국제기구인 '인터넷 소사이어티'가 만든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김영리·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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