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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디지털 수몰민과 잊히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 공간 한 켠이 시끄럽다. 나우누리 서비스 중단을 둘러싼 공방 때문이다. 느닷없이 '디지털 수몰민'으로 전락한 일부 사용자들이 ''서비스 이용종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이 문제는 디지털 시대 서비스 업체와 이용자의 권리 중 어느 쪽에 더 방점을 찍을 것인지를 둘러싼 의미 있는 공방이 될 것 같다.

나우누리 뿐 아니다. 2월 서비스를 중단한 프리챌 이용자들 역시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공들여 만들었던 많은 콘텐츠들이 졸지에 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나우누리나 프리챌 이용자는 그다지 많지는 않다. PC통신 역시 추억 속으로 사라진 존재가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수의 권리' 역시 무시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디지털 수몰민'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또 다른 문제는 '잊힐 권리 보장'이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 상에서 소위 '신상 털이'가 일반화되면서 중요한 권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 해 모 가수의 40년 전 스캔들이 느닷없이 이슈가 된 적 있다. 그 가수 아들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연관 검색어로 뜬 때문이다. 결국 그 가수는 옛날 같으면 완전히 기억 속으로 사라졌을 스캔들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디지털 수몰과 잊힐 권리는 완전히 상반된 가치 개념처럼 보인다. 한쪽은 하루 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게 걱정거리다. 또 한 쪽은 사라져야 할 흔적이 자꾸만 되새김질 되는 것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근본을 따져 들어가면 같은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인터넷 초기부터 줄곧 거론됐던 '디지털 아카이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대로 된 디지털 아카이브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쇄시대가 막 꽃을 피우던 무렵 살았던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종이의 불멸성을 깊이 찬양했다. 저 유명한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파리 시내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장엄한 건물보다 종이 책에 적힌 정보가 훨씬 더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고의 전망은 시대를 정확하게 통찰한 것이었다.

이제 글쓰기 공간의 기본이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영속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은 취약하기 그지 없다. 보존해야 할 정보는 사라지는 반면, 꼭꼭 숨겨둬야 할 정보가 쉴새 없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인터넷이 점점 더 우리 삶과 사고를 옥죄어 오면서 정보 보존과 검색이란 근본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 라이프'의 근간이 흔들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익현 글로벌리서치센터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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